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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Column

2025 서브컬처 게임의 판도 예상

by 김태현. 2025. 1. 7.

붕괴3rd를 처음으로 서브컬처를 접한지는 벌써 9년째에 접어들었다. 

그간 몇십개의 서브컬쳐 게임을 플레이하고나니 이제 어느정도 서브컬쳐 게임 시장을 보는 눈이 생기지 않았나 싶어 올해 서브컬처 게임이 어떻게 변화할지 한번 예상하여 써보려고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뇌피셜 가득 담아 작성.


서브컬처 게임들의 끝.

지난해에도 다양한 서브컬처 게임들이 등장했지만, 그만큼 많은 게임들이 서비스 종료를 맞이했다.

서브컬처 게임의 서비스 종료가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더 이상 놀라울 것도 없지만, 올해 종료 소식을 들은 몇몇 게임들은 “어?” 하고 의아함이 들 정도로 뜬금없는 타이밍이었다.

 

월드플리퍼의 경우 사이게임즈에서 개발하고 운영하는 게임인 만큼 서비스 종료 소식이 뜬금없게 다가왔다.

핀볼 액션이라는 유니크한 영역을 가지 있는 것은 물론이고 특유의 가챠 연출은 모든 가챠 게임을 통틀어 따라올 게임이 없었을 정도로 좋았었기에 서비스 종료 당시 꽤나 아쉬웠었던 기억이 있다.

 

백야극광의 경우 텐센트 산하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게임이었고. 독보적인 캐릭터 디자인과 일러스트 퀄리티.

타일들을 한 붓 그리기 하듯 이어가는 게임 디자인도 괜찮았다보니(1년 가까이 플레이했을 정도였다) 3개 게임중 서비스 종료에 가장 놀랐었다.  

 

소녀전선은 어느덧 8년 차 서브컬처 게임이 되었기에, 사실 서비스 종료 자체가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름 독보적인 상징성이 있는 게임이다 보니, 스토리가 마무리되고 사실상 본 서버인 중국 서버의 종료 소식은 다소 씁쓸한 면이 있었다.

 

위 세 게임은 모두 튼튼한 뒷배(개발사나 퍼블리셔)가 있었고, 게임 디자인도 나름 탄탄했음에도 뜬금없는 시점에 서비스를 접었는데,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안전한 서브컬처 게임은 없구나 싶었다.

 

반대로 아래 게임들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순에서 서비스를 종료하였으나,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의 빠른 서비스 종료를 통해, IP 기반 서브컬처 게임의 취약성을 다시금 확인시켜주었다.

원작자가 직접 참여하지 않는 이상, 페이트/그랜드 오더처럼 스토리를 이끌어가기 어렵고. 설령 자유롭게 스토리를 쓸 수 있다고 해도 원작의 맛을 제대로 살리기 쉽지 않다보니. IP 의존도는 높지만 정작 IP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모순으로 인해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음을 보여줬다.

 

브라운더스트의 경우 후속작인 브라운더스트2 출시 이후, 전작이 결국 서비스 종료를 맞이했다.

물론 출시 후 1년가량 더 운영하긴 했지만, 어찌 됐든 브더2의 흥행이 전작 서비스 종료를 가속화한 게 아닌가 싶다.

이를 보며 '내가 즐기는 서브컬처 게임의 후속작이 나온다면, 얼마안있어 전작이 정리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브컬처 게임을 흔히 ‘분재 게임’이라 부르곤 하는 이유는 하루하루 조금씩 관리하는 특성 때문인데,

개인적으론 여기에 더해 웬만해선 서비스가 끝나지 않아 오랜 기간 즐길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최근 이런 서브컬처 게임들의 연달은 서비스 종료 소식은, “내가 이 게임에 투자한 시간과 재화가 무의미해질수 있다” 위기감을 조금씩 심어주고 있다. 

 

장수하던 서브컬처 게임, IP 기반 게임, 후속작이 등장한 게임이 잇따라 서비스를 접는것을 보다보면, 앞으로 유저들은 '장기 서비스 가능성'도 고려해 게임을 고르지 않을까 한다.

 


원신식 BM의 염증

원신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며 가장 의아했던 점은 비경쟁 게임임에도 매우 높은 매출을 보였다는 점이다.

운이 없다면 캐릭터 하나를 뽑는데 50만 원가량을 넣어야 함에도, 많은 유저들이 더 좋은 성능을 위해 동일한 캐릭터를 반복적으로 뽑는다.

 

물론 좋은 성능의 캐릭터가 있다면 콘텐츠를 더 편하게 플레이할 순 있지만 고돌파의 캐릭터가 없어도 모든 콘텐츠를 꺨순 있다는 상황을 고려해 보면 직관적으로 와닿진 않은 현상이었다.(물론 필자 역시 라이덴을 뽑은 직후 굳이 전용 무기를 뽑았었다... )

 

하지만 점점 원신식 BM을 자주 접하고 또 많이 데이다 보니, 이제는 굳이 이런 방식으로 과금하고 싶다는 생각이 잘 안 든다.

 

최근에 플레이한 ‘니케’가 좋았던 건, 가챠가 덜 부담스러웠다는 점이다.

중복 획득 메리트가 그렇게 크지도 않고, 모은 가챠 포인트로 필요한 순간에 캐릭터를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다.

거의 모든 캐릭터가 상시 뽑기에서 나오니, 신규 유저도 언제든 필요한 캐릭터를 뽑을 기회가 남아 있다는 점도 괜찮았다.

 

이런 니케의 성공은 ‘원신식 BM’만이 정답이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준다.

서브컬쳐 게임에 캐릭터 중심의 과금 구조를 결합하지 않아도 충분히 흥행이 가능하다는 시사점이 있다.

 


분재와 코어 사이

'코어는 하나. 분재는 3개까지'

서브컬처 게임의 홍수 속에서 맘 같아선 모든 게임을 다 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일상이 아예 사라지기 때문에 세웠던 나만의 규칙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그 코어로 플레이하던 게임마저 점점 이탈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2년 이상 매일 30분 이상 똑같은 플레이를 반복하는 것에 대한 피로감. 번아웃이 오지 않았나 싶다.

 

서브컬처 게임은 새로 출시하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게임 디자인을 크게 바꾸긴 어렵다.

만약 변화를 주고 싶다면 PVP 시스템 등을 추가해야 하는데, 요즘 서브컬처 게임들은 동기적 PVP를 꺼리는 분위기라 대부분의 게임이 변화의 여지가 없다.

결국 코어로 묶어둔 서브컬처 게임을 2~3년 하다 보면, 매일 똑같은 루틴이 계속되고, 어느 순간부터 “이제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반면 분재 게임처럼 가볍게 돌릴 수 있는 게임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해, 결국 코어 게임보다 오래 살아남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이미 여러 서브컬처 게임이 장수에 대한 갈림길을 맞이한 만큼, 앞으로는 코어한 게임은 점점 줄고, 분재형 게임이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소전2 이후..

최근 가장 플레이를 고민했던 게임은 ‘명조’였는데, 인상 깊었던 이유는 캐릭터 모델링이었다.

서브컬처 게임치곤 이례적으로 일러스트보다 인게임 모델링 완성도가 더 높게 느껴질 정도로 뛰어났기에 이를 보며 서브컬처 게임의 3D 모델링 수준이 정말 많이 올랐구나 새삼 느꼈다.

 

최근 플레이 중인 ‘소녀전선2: 망명’ 역시 모델링 수준이 꽤 괜찮은 편이다. 일러스트와 비교해도 위화감이 크지 않았는데, 커뮤니티를 보다보면 전작을 즐기던 유저들에게는 '수년간 일러스트로만 보던 캐릭터가 플레이 가능한 3D 모델링로 구현'된 부분에 대해 감동을 느끼는 유저를 적지않게 보곤한다.

 

이런 유저들의 반응들을 보면서, 이후 서브컬처 게임의 주류 동향도 다시 한 번 ‘3D 모델링’ 쪽으로 바뀌는 게 아닐까 예상하게 되었다.

 

이미 초기 서브컬처 게임들이 하나둘 노후화되어 서비스 종료하는 상황을 보면, 향후 출시될 서브컬처 게임의 주요 포인트는 “후속작”과 “3D 모델링”의 결합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리하자면...

  • 유저들이 서브컬처 게임을 막 찍어보는 시기는 지났으며, 게임 퀄리티만이 아닌 지속적인 서비스 가능성도 가늠하지 않을까 한다
  • 원신식 BM이 보여준 매출 신화는 더 이상 재현되기 어렵다. 이젠 캐릭터를 통해 매출을 올리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 많은 유저들은 코어한 서브컬처 게임에 지쳤다. 코어보단 좀 더 라이트 한 게임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 성공 확률이 높을 것이다.
  • 서브컬처 게임의 이후 주류 메타는 '기존 서브컬처 게임을 3D 모델링으로 재탄생 시키기' 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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