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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버린 트레이너에게 포켓몬이 다가가는 방식잡담/Game 2024. 1. 24. 00:44
남자아이 넷이 선로 위를 걷고 있다...
포켓몬스터의 첫 작품인 포켓몬스터 레드·그린.
주인공 집의 TV에서 나오는 건 스티븐 킹 원작 기반 영화 '스탠 바이 미'이다.
게임을 제작한 이시하라 츠네가즈와 타지리 사토시가 말하는 포켓몬스터의 경험은 '스탠 바이 미' 속 네 소년의 여정처럼 전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10대 시절의 모험에 기반한다.¹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 각본가인 슈도 타케시도 애니메이션의 테마는 '스탠 바이 미'가 그려내는 모험을 참고하여 제작했다고 말한다.²
몇 년이 지나도 포켓몬이 전달하려는 '모험'이란, 소년 시절 호기심을 가득 안고 미지의 세계로 떠났던 설렘과 긴장감이 섞인 여정이다.
이러한 경험은 오직 어린 시절 느낄 수 있는 고유한 경험이며, 모험 속에서 어른이란 철저한 타자이다.
포켓몬이 나온 지 어느덧 27년. 영화 말미에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라챈스처럼 많은 포켓몬 트레이너들은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되어버린 포켓몬 트레이너에게, 포켓몬스터는 새로운 모험을 제시한다.
자, 모험의 시작이다.
작년에 나왔던 드라마 '포켓에 모험을 가득 담고'는 포켓몬스터를 배경으로 하는데,
그동안의 작품과 달리 포켓몬 게임을 하는 현실 세계를 그려 낸다.
주인공 아카기 마도카는 'ADventure'라는 광고 대리점에 막 입사한 사회 초년생이다. 상경한 그녀는 고향에서 온 택배에서 포켓몬 레드를 찾게 되고, 그리운 마음에 게임을 다시 플레이한다...
회사명인 'ADventure' 그리고 사람들과 만나며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을 겹쳐보면 드라마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언뜻 보인다.
직장 상사/동료와 관계를 쌓아 가는 것, 거래처 사람을 만나 설득하는 것, 난이도 있는 업무를 하는 것.. 사회 초년생에게는 다양한 모험이 존재한다.
주인공은 이러한 모험을 포켓몬과 엮는다.
직장 상사의 부자 관계를 캥카에 빗대어 바라보고, 미동도 안 하는 거래처 사람을 잠만보에 대입하기도 한다.
드라마를 통해 포켓몬스터의 '모험'은 어린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고유한 경험에서, 어른이 되며 겪는 다양한 '모험'으로 이어진다.
마도카가 가지고 다니는 '게임보이 포켓'도 의미가 있는데, 보통의 홍보 목적이라면 스위치를 통해 포켓몬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굳이 단종된 '게임보이 포켓'을 등장시킨 이유는 포켓몬 게임 속 체육관 배지가 의미하듯 경험의 상징이다.
스위치를 하며 포켓몬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한다면 진심으로 공감하기 어렵겠지만, '게임보이' 자체가 보여주는 것은 주인공 역시 어린 시절 포켓몬 트레이너였다는 증거와도 같다.
포켓몬은 어른이 되어버린 포켓몬 트레이너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어른도 어린 시절 포켓몬 트레이너였으며. 모험을 하는 건 어른이 되어서도 변함없음을 보여준다.
함께 모험 떠나기
IP가 27년이 되었다는 것은 어릴 때 포켓몬을 접했던 사람 중에 부모 세대도 있다는 점을 의미하는데, 포켓몬은 이런 점을 놓치지 않는다.
부모의 고민거리 중 하나는 아이의 생활 습관을 정립해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매일 식사 후 이를 닦고, 제시간의 잠을 자는 것.
포켓몬은 이러한 고민을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접근한다.
포켓몬 슬립과 스마일은 기존의 포켓몬과 달리 오직 수면과 이 닦기를 통해 포켓몬을 수집하는 게이미피케이션 형태의 애플리케이션이다.
이전 세대와 달리 현재의 부모 세대는 포켓몬을 경험한 세대이기에 포켓몬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두 앱은 게임의 기능이 약한 데다, 포켓몬이 쌓아온 IP는 '귀여운 포켓몬을 수집하는' 무해함이기 때문에 포켓몬을 거리낌 없이 아이에게 알려준다.
처음에는 단지 포켓몬을 아이에게 알려주는 것이 부모 세대에게 기대하는 전부가 아닐까 했었는데,
부모와 아이가 포켓몬을 하는 사례들을 보다 보면 부모 세대에게 바랬던 건 경험의 공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새로운 포켓몬이 계속 나오고, 그래픽도 바뀌지었만 포켓몬 게임의 '수집하고, 도전하는' 본질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부모는 함께 포켓몬을 하며 아이가 겪어갈 모험의 경험들을 공감하고, 자신이 어릴 적 느꼈던 모험을 공유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하며 포켓몬의 경험을 공유하며 함께 게임하는 것은 부모에게 있어 또 다른 모험의 형태이다.
장기화된 IP가 나아갈 수 있는 방향.
포켓몬은 어느새 30년을 눈앞에 둔 IP가 되었다.
IP가 장기화될수록 흔히 생각하는 부분은 어떻게 새로운 소비자를 계속 끌어들이느냐이다.
하지만 포켓몬은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것 이상으로 기존의 소비자들을 존중한다.
드라마를 통해 포켓몬은 단순히 새로운 세대의 어린이들에게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이전 세대가 어릴 적 경험했던 추억과 현재의 삶을 연결하는 다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게이미피케이션 앱을 통해 포켓몬은 부모 세대가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자녀와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부모가 되어버린 성인들은 자신들이 어린 시절 즐겼던 포켓몬 게임을 자녀와 함께 공유하는데, 이러한 상호 세대 간의 소통은 포켓몬 IP가 지속적으로 새로운 팬들을 양성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포켓몬은 지속적인 혁신과 함께 세대를 아우르는 콘텐츠 제공으로 장기화된 IP가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재현하고, 성인들에게는 새로운 방식으로 포켓몬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포켓몬은 모든 연령층에 걸쳐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된다.
1) https://web.archive.org/web/20070224045640/http://www.nintendo.co.jp/nom/0007/taidan1/page04.html 2) http://www.style.fm/as/05_column/shudo143.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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