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Game/Column

게임의 미래시

by 김태현. 2025. 1. 5.

최근 서브컬처 게임들을 하다 보면 '미래시'라는 단어를 종종 접하게 된다.

게임이 타 국가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하면, 이후 다른 국가에서는 초기 버전부터 순차적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선출시 서버의 정보를 알고 있으면, 이후 업데이트 방향이나 패치 주기를 미리 알 수 있어 마치 미래를 내다보는 듯한 상황이 펼쳐져 미래시라고 부른다.

 

최근 특정 국가에만 서비스하는 게임은 거의 없고 글로벌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미래시라는 단어가 일반적인 용어로 사용될 정도로 대부분의 게임이 미래시의 방식을 차용한다.

물론 최신 패치를 바로 적용하는것이 가장 편하겠지만, 굳이 미래시를 유지하는것은 ‘모두에게 동일한 게임 경험을 제공한다’는 이유이다.

 

게임의 업데이트나 이벤트는 나름의 계획대로 개발되어 있기에 이 순서를 그대로 유지해야 개발 당시 의도했던 순서에 맞춘 경험을 즐길 수 있다.

현실적인 부분으로 가면 선출시 서버가 테스트 서버라는 인식을 주지 않기 위해서도 있고, 운영에도 용이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미래시를 유지한다.

 

미래시는 짧게는 3개월부터 길게는 2년까지 있다.

 

 

물론 미래시를 유지하는 것은 유저에게도 좋은 점이 있는데, 말 그대로 미래를 알고 있기 때문에 대비가 가능한 부분에서의 장점을 가진다.

패치나 메타를 미리 알 수 있기에 원활하게 플레이 가능하며, 이미 선행 서버의 플레이데이터가 존재하기 때문에 공략등이 용이하다.

특히 업데이트 주기가 BM과 직결적으로 연결되는 서브컬처 게임들의 경우. 이후 나오는 캐릭터들의 순서나 성능 등을 알고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과금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미래시는 실제 플레이해보면 크나큰 단점으로 다가온다.

선행 서버가 있는 게임의 경우 대부분 선행 서버의 유저들이 먼저 경험하고 콘텐츠를 분석을 다 한 뒤이기 때문에, 후출시 서버의 유저들은 선행 서버의 패턴을 그대로 따라가게 된다.

게임 내에서 바로바로 전략을 짜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공략을 완성해 나가는 경험은 사라지고, 정해진 답안만 남게 된다.

 

또한 후출시 서버의 경우 사실상 신규 정보라는 것이 없는데, 신규 캐릭터나 지역에 대한 정보가 이미 선출시 서버에서 모두 공개 된 상태이기 때문에 해당 정보를 뒤늦게 접했을 때의 설렘은 없는 편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생각하면, 게임사에서 미래시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 것인지 되묻게 된다.

유저에게 돌아가는 건 편의와 효율이 아니라 재미와 경험의 퇴색이다.

해외 언어로 송출되는 방송을 억지로 봐가며, 심지어 한참뒤에 나올 정보들을 보는건 속이 쓰리다.

 

이때문인지 여러 게임들은 미래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한다.

미래시를 해결하기 어려운 장르는 서브컬처 게임인데.

타 장르와 달리 캐릭터를 얻는 BM 모델이 패치 주기와 직결되어 있다 보니, 미래시를 변경하기 쉽진않다.

 

일부 게임의 경우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꾸준히 미래시를 해결해 나가는데,

각각의 접근 방식은 게임의 특성과 운영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유저 경험을 우선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장 무난하게 시도하는 방식은 패치 주기를 조금씩 단축하는 방법이다.

패치 주기가 4주인 게임이라면, 후출시 서버는 3주 단위로 패치를 진행하는 식이다.

이렇게 간격을 점차 줄여나가며, 미래시로 인한 시차를 상쇄한다.

다만, 그만큼 이벤트나 픽업 기간이 짧아져 유저 입장에서는 빠듯한 일정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일부 게임은 글로벌 빌드 대신 서버별로 독립적인 콘텐츠 운영 방식을 채택하기도 한다.

장기적으로 서버간 차이를 없애는것을 목표로 하지만, 그 과정에서 평가가 안좋은 패치는 단축하고 캐릭터의 출시 순서등을 유기적으로 변경하는등 유동적인 운영을 통해 미래시 자체가 성립되지 않게 한다.

다만 이 경우 운영 서버 자체가 이원화 됨에 따라 사실상 2개의 게임을 운영하는 리소스가 들어가고. 앞서 서술하듯 선행 서버의 유저가 테스터 취급을 받았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래시는 조금씩 단축하거나 별도 운영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곤 한다.

 

게임은 탐험과 발견에서 시작한다.

새로운 패치가 적용될 때 유저들은 어떤 변화가 있을지, 새로운 캐릭터가 어떤 성능을 가졌을지 궁금해하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미래시는 이러한 기대를 없애버린다.

 

이미 공개된 콘텐츠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저 한발 늦은 복습에 불과하다.

 

온라인 게임이 가지는 가장 주요한 특징은 다른 유저들과 함께한다는 경험이다.

다른 플레이어와 소통하고, 특정한 상황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온라인 게임의 본질적인 즐거움이다.

이 경험은 단순히 플레이하는 순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새로운 업데이트를 맞이하고, 처음 접하는 콘텐츠에 대한 설렘을 함께 느끼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게임이 유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는 새로운 경험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미래시는 이 가치를 훼손한다.

게임사는 단기적인 운영 효율과 리스크를 줄이는 데 집중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유저의 기대와 몰입감을 깎아먹게 된다.

 

이 점에서 최근 ‘파이널판타지 14’의 선택은 눈길을 끈다.

작년 팬페스티벌 서울에서 요시다 디렉터는 그간 존재했던 5개월의 업데이트를 완전히 없애 새로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해결이 아니라, 유저들에게 '같이 경험하는 재미'를 돌려준 결정이기에 가치가 있다.

 

게임은 정답을 맞히는 시험이 아니다.

함께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도전하며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미래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게임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콘텐츠를 내놓는 것이 아니라, 유저들이 그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 시작은 ‘미래시’라는 불공평함을 없애는 것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