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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취미가 게임인 등장인물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언제나 드는 생각은 어떻게 나올까 궁금증보단, 또 이상하게 나오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십중팔구 창작물에 게임을 등장시키면 나오는 것은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서 키보드를 연타하는 폐인의 모습이다.
여전히 게임하면 떠오로는건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점점 게임을 하던 세대가 주류가 되고, 게임의 인식이 차차 바뀌어가며 창작물에 나오는 게임의 모습도 조금씩이지만 바뀌고 있다.
빛의 아버지(영화, 드라마) - 파이널판타지
MMORPG 게임 파이널판타지를 배경으로 빛의 아버지.
예순이 넘은 아버지에게 아들은 게임 파이널판타지를 하도록 유도하고, 아들은 뒤에서 몰래 아버지를 도와준다..
혹여나 아버지가 게임을 그만두지 않을까 안절부절못하며 열심히 케어해나가는 모습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이입되어 응원하게 된다.
영화에서 아버지는 의중을 파악하기 힘든. 무뚝뚝한 역할로 나온다.
아들 역시 이런 아버지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데, 이러한 두 부자를 이어주는 것은 파이널판타지이다.
MMORPG의 매력이라고 하면 판타지 세계에서의 모험도 있지만, 익명성 속에서 타인을 만나는 점이다.
서로 모르는 사람이라면 익명성이 큰 의미는 없을 수도 있겠지만, 아는 사람이란 관계에서 익명성과 모험은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다소 낯부끄러운 행동들도 캐릭터를 통해서라면 크게 개의치 않게 할 수 있으며, 가족한텐 말 못 할 개인적인 고민들도 캐릭터를 통해서라면 쉽게 전달할 수 있다.
그동안의 작품들이 게임 속에서 다른 사람의 캐릭터를 죽이는 것에 집중했다면, 빛의 아버지는 함께 모험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매력을 보여준다.
작품에 관해 특별한 점이 있다면 빛의 아버지의 내용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으로. '마이디'란 닉네임을 가진 청년이 블로그에 게시하던 일기가 원작이라는 부분이다.¹
어젯밤은 즐거우셨나요?(만화, 드라마) - 드래곤 퀘스트
만화가 킨다이치 렌주로가 그려내는 여러 작품 몇몇은 현실을 기반으로 불가능할 정돈 아니지만, 다소 일어나기 힘든 특별한 이야기들을 그려낸다.
드래곤 퀘스트에서 나오는 대사 '어젯밤은 즐거우셨나요?'를 그대로 사용한 이 만화의 내용도 독특하다.
게임 속 같은 길드인 두 사람은 각각 넷카마(게임에서 여자 캐릭터를 연기하는 남자)와 넷나베(남자 캐릭터를 연기하는 여자)인데, 서로의 성별을 착각하여 동거를 하게 되는 해프닝을 그려낸다.
빛의 아버지가 서로 아는 사람의 이야기였다면, '어젯밤은 즐거우셨나요?'는 반대로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처음보는 두 사람이 쉽게 친해지는 모습이 말이 될까 하지만, 실제로 한 번도 만난 적 없던 사이여도 게임 속에서 몇 달, 몇 년을 알게 된다면 친한 사이나 다름없다.
캐릭터를 통해 외형은 숨길 수 있어도 본질적인 부분을 쉽게 숨기지 못하는데, 오히려 이러한 점 때문에 게임에서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한다는 건 서로가 잘 맞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 만화의 경우 빛의 아버지처럼 실화에 기반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게임에서 만나 결혼까지 가는 경우는 없진 않다.
예전까지만 해도 게임에서의 만나 결혼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특별했었지만, 점점 게임 주류 세대가 성인이 되고. 여성 게이머들도 많아지면서 이런 소식은 간간이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이야기가 되었다.
포켓에 모험을 가득 담아(드라마) - 포켓몬스터
'ADventure'라는 광고 대리점에 막 입사한 사회 초년생 아카기 마도카.
상경한 그녀는 고향에서 온 택배에서 어릴 적 가지고 놀던 '게임보이 포켓'과 '포켓몬 레드'를 찾게 되고. 회사 생활과 동시에 게임을 다시 플레이해나간다.
포켓몬스터 게임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 '포켓에 모험을 가득 담아' 속 다른 사람들의 외형이나 상황은 묘하게 게임 속 상황을 연상시킨다.
언제나 잉어킹처럼 우물쭈물하는 직장 동료, 잠만보처럼 미동도 안 하는 거래처 사람등.. 마도카는 포켓몬을 얻은 노하우들을 이용해 현실의 문제들을 대처해나간다.
게임은 단지 놀이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게임의 본질은 현실 경험의 재현이다.
어떻게 적용하냐가 어려울 뿐. 대다수 게임들이 요구하는 능력은 실생활에서 십분 활용할 수 있는 능력들이다.
게임속에서 공대장을 하며 리더십을 체득할수도 있고, 게임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찾을수도 있는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에서 얻은 경험을 단지 '게임 속 경험이니까' 라고 치부해버리는 행위는 실로 아쉬운데, '포켓에 모험을 가득 담아'는 이러한 경험이 모두 가치가 있음을 보여준다.
특별하지만 있을법한.
소개한 세 개의 작품은 내용도 형식도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게임이 현실에서 가지는 의미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게임은 부모 자식을 이어주는 수단이 될 수도 있고, 일면식도 없는 타인이 서로를 알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때때로 게임은 현실의 문제나 갈등을 해결하는 동기를 얻어내는 조언자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또 다른 공통점은 작품속에 등장하는건 모두 실제 게임이란 점이다.
홍보의 목적도 없잖아 있겠지만, 모두 게임의 긍정적인 부분을 담아내다보니 실제 게임을 등장시키는데 무리가 없으며,
이러한 리얼리티를 통해 작품의 내용이 허황된 이야기가 아닌, 실제로 있을법 하다는 느낌을 부여한다.
그동안 여러 작품들이 게임의 자극적인, 어두운 부분만 드러내었지만. 게임이 가지는 의미는 이러한 부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위와 같은 작품들은 게임의 다양한 측면을 조명하며 게임에 대한 편견을 깨고, 게임이라는 매체가 갖는 긍정적인 가능성을 제시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작품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하며, 특히 아쉽게도 이러한 작품화는 대부분 일본에서만 한다는 점인데, 국내에서도 이러한 작품이 등장하길 바란다.'잡담 > Ga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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