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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쳐 게임과 IP - 2잡담/Game 2024. 1. 15. 23:04
서브컬처 게임이 IP를 만드는 방식
다른 장르의 게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서브컬처 게임 분야에서는 기존에 인기를 끈 IP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서브컬처 게임에서는 애니메이션이 이상적인 IP 소스로 여겨지는데, 설정이나 아트 스타일이 비슷하고 주 수요층도 겹치기 때문이다.성공한 애니메이션 IP를 가져오면, 스토리나 캐릭터의 퀄리티가 이미 검증되어 있고, 기존의 팬층도 그대로 끌어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페이트/그랜드 오더' 같은 경우는 이 방법의 대표적인 예시다. 이 게임은 많은 애니메이션이 게임화되는 데 영향을 주었고, 지금까지도 많은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 7월 매출 상위 게임 분석에 따르면, 서브컬처 게임 중에서 IP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사례는 '페그오'가 유일했다('우마무스메'는 경마 IP이기 때문에 제외) 이는 IP 활용 전략의 성공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매출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오랜 기간 서비스된 서브컬처 게임들을 살펴보면 IP가 있는 게임은 극소수이다.
오히려 IP 없이 시작한 서브컬처 게임들이 더 오래 살아남는 경우가 많다.애니메이션 IP를 게임화하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애니메이션은 게임에 어울리는 문법이 아니다.
대부분의 서브컬처 게임은 수집형 모바일 장르로, 계속해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지속적으로 스토리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은 몇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결말이 명확하다. 이를 그대로 게임에 적용하다 보면 묘한 어긋남이 있기 마련이고, 장기화될수록 스토리의 전개나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데 문제점이 생긴다.
'페그오'의 경우 기존의 스토리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단순히 라이선스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원작의 작가가 제작에 직접 참여해 수집형 게임에 맞는 새로운 스토리를 창작했다. 이러한 방식은 원작의 특색을 유지하면서도 서브컬처 게임에 적합한 IP가 되는 최적의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반대로 IP가 없는 상태에서 서브컬처 게임을 만들게 되면 게임의 형식에 맞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데, 대부분 같은 형식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다양한 세력이 존재하는 배경, 어떤 세력에도 소속되지 않는 주인공이 다양한 세력을 만나고 그들의 힘을 모아 위기를 해결한다..
이러한 포맷은 다양한 캐릭터를 내야 하는 수집형 모바일 게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문법'이다.
많은 게임들은 해당 포맷에 기반하지만. 어떤 게임은 성공하고, 어떤 게임은 실패한다.
이러한 차이는 얼마나 좋은 IP의 게임을 만드느냐에 달려있다.서브컬처 게임이 '좋은' IP를 만드는 방식
장르를 막론하고 좋은 IP는 소비자가 해당 콘텐츠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가지게 하기에. 좋은 IP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견이 없다.
서브컬처 게임에서 좋은 IP란 대게 캐릭터와 스토리가 좋은 게임을 의미한다.
사람마다 애착이 가는 캐릭터의 유형은 다르기에 서브컬처 게임은 수집형이라는 장르적 특성에 알맞게 기본적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내세운다.
그중 게이머의 눈독에 든 캐릭터는 솜씨 좋은 호객꾼처럼 게임에 유저를 끌어들이고, 게이머는 캐릭터의 더욱 잘 알기 위해 게임의 IP를 소비한다.
물론 단순히 양으로 승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닌데, 김용하 디렉터의 모에론에서 얘기하듯 단순히 매력 요소를 합치는 것이 아닌 맥락이 있는 조합을 통해 애착이 갈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캐릭터의 중요도가 가장 높다고 할 수 있지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스토리이다.
캐릭터에 애착을 가지게 하기 위해선 단순히 좋은 캐릭터를 만드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캐릭터들이 활동하는 스토리는 각 캐릭터의 매력을 가장 잘 발산할 수 있는 무대이다.
앞서 대부분의 서브컬처 게임이 동일한 문법을 가지고 있다고 했었는데,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플레이어가 각 세력을 방문하며 세력별 캐릭터를 만나며 일종의 피카레스크식 구성의 진행을 하고 주요 기점마다 몇몇 세력을 조합하거나 때론 모든 세력을 모아 굵직한 스토리를 전개한다.
다른 방식으론 메인 스토리와 이벤트(서브) 스토리로 전개하게 되는데, 서브 스토리를 통해 캐릭터 각각의 캐릭터성을 확립하고 메인 스토리를 통해 각 캐릭터의 활약을 보여주어 캐릭터성을 극대화한다.
서브컬처 게임이 IP를 강화하는 방법
좋은 IP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못지않게 중요한 건 IP를 강화하고 확장하는 부분이다.
서브컬처 게임은 인기도 자체가 플레이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며, IP를 소모하며 게임의 재미를 대체하기도 한다.
보통 IP를 강화하는 작업은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 진행되는데, 게임사에서 강화하기도 하지만 유저들 스스로가 IP를 강화시켜주기도 한다.
미디어믹스
대다수 서브컬처 게임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미연시와 같이 일러스트와 텍스트에 기반하다 보니 전달에 한계가 있다.
서브컬처 게임은 기본적으로 ACGN의 다른 분야와의 궁합이 좋은 편인데, 애니메이션과 같은 서브컬처 장르가 게임화하기 좋은 것처럼 반대의 방식으로 게임은 애니메이션, 코믹스, 소설화를 통해 IP를 강화한다.
사이게임즈는 미디어믹스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임사인데, 기존의 게임을 통한 IP 확립 이후 미디어믹스를 진행하는 방식이 아닌, 게임 개발과 동시에 미디어믹스를 진행하여 빠르게 IP를 확장해나간다.
2차 창작미디어믹스가 게임사에서 공식적으로 IP를 확장하는 방향이라면. 2차 창작은 유저들이 스스로 IP를 확장하는 방향이다.
게임에서 보여주지 않은/못한 부분에 대해 창작자들은 본인들의 스킬을 이용하여 나름의 해석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2차 창작의 장점은 '자발성'과 '비공식'이라는 점이다.
일본에서 개최하는 동인 행사인 코미케는 각 창작자들이 부스를 등록하여 2차 창작 상품들을 판매한다.작년 겨울 개최한 코미케에서 블루 아카이브는 1718부스를 차지했는데, (예외가 있을 수 있지만) 부스당 1개의 상품을 판다고 하면 최소 1700여 개의 IP 상품이 팔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수익은 게임사가 아닌 창작자가 가져간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1700명 이상의 실력 있는 창작자에게 IP 홍보 외주를 맡긴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로 인한 IP의 홍보 효과는 상품 판매로 인한 수익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다른 장점은 비공식이라는 부분이다.특히 최근 들어 콘텐츠나 상품에 있어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어떤 창작자가 만들었냐이다.
창작자의 사상이나 발언에 따라 이러한 리스크는 치명적인데, 2차 창작은 공식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게임 측에선 리스크를 지지 않는다.
물론 비공식이라는 점은 게임사에겐 리스크 방지 측면도 있지만 창작자에게도 책임 없이 창작 가능하다는 부분에서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이러한 2차 창작의 활성화를 위해선 탄탄함과 느슨함이 필요하다.
2차 창작은 기본적으로 비공식적인 유저들의 자발적 창작이기 때문에 같은 캐릭터를 가지고도 자신의 스타일로 해석하기 마련이다.
창작자들은 나름의 기준으로 캐릭터를 해석하기 마련인데, 설정이 탄탄할수록 여러 창작자가 각각의 해석을 해도 통일성을 보이게 된다.
설정을 치밀하게 짜놓는 것과 반대로 모든 사건/상황은 자세하게 묘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묘사의 느슨함은 유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창작자들은 빈부분을 나름의 방식으로 채워 넣는다.
서브컬처 게임의 현재와 미래
글 전반에서 지속적으로 '서브컬처'로 통칭했지만 사실 최근 들어 서브컬처는 명칭이 무색하게 주류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좋은 퀄리티의 콘텐츠가 나오는 것도 이유이지만, 이러한 저변에는 기성세대와 달리 주소비층이 되는 현재 2030세대가 투니버스 등의 채널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보고, 코믹스를 일찍이 접하여 서브컬처에 대한 반감이 적은 것이 주효하게 작용한다.이러한 흐름 속을 보면 서브컬처에 반감이 적어지는 세대가 점점 많아짐에 따라 시장 자체는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장 자체는 성장하겠지만 서브컬처 게임 각각에게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몇몇 존재한다.
서브컬처 게임의 대부분의 고질적인 문제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기인한다.다른 장르의 게임들도 장기간 서비스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서브컬처 게임은 게임적 재미보다 IP에 대한 의존성이 강하다 보니 장기적인 서비스에 대한 어려움이 특히 심한 편이다. 타 장르보다 새로운 스토리를 내는 빈도는 짧다 보니 솜씨 좋은 시나리오 라이터여도 4~5년이나 계속 스토리를 성공적으로 이어가는 건 쉽지 않기 마련이다.
현실적인 부분에선 BM이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는데, 매출이 캐릭터의 픽업에 의존하다 보니 지속적으로 매력과 성능을 모두 겸비한 캐릭터를 출시해야 하는데 성능 인플레이션을 조절하지 못하면 빠르게 이탈하게 된다.
장기화 이외에도 서브컬처 게임은 기본적으로 게임이기 때문에 IP의 중요성보단 게임으로서의 재미/퀄리티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부분도 있으며, IP를 확장하는 것을 진행하지만 명확하게 가치가 잡히지 않는 부분이다 보니 IP의 강화가 실효성이 있는지, 왜 IP를 계속 확장하는지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긴 어렵다.
10년 전 확밀아가 출시했을 때와 비교하면 서브컬처 게임은 비주류 장르에서 어느새 게임계 하나의 대표 장르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서브컬쳐 게임의 폭발적 성장엔 게임성에 크게 구애받지 않기에 시기에 맞는 장르와 형식을 자유롭게 취할수 있다는 점이 강력하게 작용하는데, 이러한 점에서 향후 서브컬처 게임의 발전은 어떤 장르보다도 기대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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