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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쳐 게임과 IP - 1잡담/Game 2023. 6. 27. 01:11
*) '서브컬쳐 게임'은 수집형 모바일 게임을 총칭하는 단어로 사용
비주류가 주류가 될때.
내가 처음 봤던 서브컬쳐 게임은 약 10년전에 출시한 확산성 밀리언 아서였는데, 그간 알고있던 모바일 게임의 구조와 많은면에서 이질적이였던 확밀아는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왔었다.
비동기 레이드라는 조별 과제 시스템과 숟가락을 꽂는 시스템. 화면 네 귀퉁이에 크게 박히는 '요정출현'이라는 글자들도 특이했지만
가챠에 10회에 3만원이라는 비용, 춘향을 뽑기위해 약 400만원을 과금하는 모습등을 보며 과연 이 게임이 성공할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었다.
이러한 기우와는 반대로 확밀아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이후 10년간 수많은 서브컬쳐 게임이 나오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왔으며.
리니지라이크를 제외하고는 모바일 게임 상위권에 다수 위치하며 점점 지변을 넓혀가고 있다.
모바일 순위 이외에도 작년 코로나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수의 입장객을 보였던 원신 여름축제나 연이은 서브컬쳐 게임들의 콜라보 흥행을 보며 '서브컬쳐'였던 서브컬쳐 게임은 조금씩 주류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10년전 확밀아를 보며 서브컬쳐 게임이 성공할수 있을까 하고 의문이 들었었다면.
이젠 이러한 성장을 보며 들었던 궁금증은 과연 이렇게나 사람들을 몰입하게 만들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일까? 라는 점이다.
서브컬쳐 게임은 재미가 없다.
보는 것만으론 성공 요인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후 20개 가량의 서브컬쳐 게임을 해보았고, 그 중 5~6개 이상은 1년이상 꾸준이 플레이 했었지만,
되돌아보면 수많은 서브컬쳐 게임을 하면서 꾸준히 재미를 주었던 게임은 손에 꼽았다.
대부분 비슷한 시점에서 게임의 재미가 사라지는데. 플레이가 일정 궤도에 오르고 매일 3~40분의 반복 컨텐츠를 하는 루틴으로 바뀌게 되면,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유는 재미보다는 그저 관성이다.
이러한 게임의 '노잼화'는 서브컬쳐 게임이 가지는 장르적 한계가 원인이다.
모바일이라는 기기의 한계로 복잡한 조작은 넣을 수 없게되어 비교적 단순화 하거나, 퍼즐 게임의 구조를 따라가게 되며.
수집형이라는 시스템은 얻은 캐릭터에 대한 만족감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밸런스를 깨면서까지 캐릭터의 가치를 보장시킨다.
사실 변화없는 반복 플레이와 지속적인 과금만 생각해보면 리니지라이크와 근본적인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차이점이라면 리니지라이크에선 다른 사람과의 경쟁을 게임의 핵심 요소로 잡고. 경쟁을 지속적으로 유도하며 플레이의 당위성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서브컬쳐 게임에서 핵심 요소를 무엇이 대신할까?
재미보다는 애착.
서브컬쳐 게임의 시작을 확밀아가 열었다면, 가장 영향력 있는 게임을 말하자면 '페이트/그랜드 오더'(페그오)일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페그오의 게임성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며 더욱이 매출을 유도하기 위한 경쟁 요소도 적은편이다.
그럼에도 페그오는 출시 초기 최상위권의 매출을 고수하였으며, 출시한지 약 8년이 지났음에도 상위권의 매출을 유지한다.
다소 의문이 들수밖에 없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서브컬쳐 게임을 해보지 않았다면 성공의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지만
서브컬쳐 게임을 깊게 해본 사람이라면 어렴풋이나마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페그오 성공의 핵심은 IP가 가진 영향력이다.
페그오는 갑자기 생겨난 게임이 아닌, 타입문이 거의 10여년 동안 가까이 구축해온 Fate IP를 이어받은 게임이다.
IP에 대한 애착이 강한 유저들은 게임으로서 페그오 보다 IP로서 'Fate' 라는 콘텐츠를 소모한다.
'IP에 대한 애착이 게임의 재미를 대체할수 있다'
서브컬쳐 게임의 초창기 시절 페그오가 보여준 이러한 명제는. 이후 다양한 서브컬쳐 게임이 IP 강화에 중점을 두는데 영향을 주었고.
'경쟁'이라는 요소를 중점으로 게임을 구축해온 리니지라이크와 반대로 서브컬쳐 게임은 'IP' 라는 외적인 요소에서부터 게임을 구축해왔다.
IP를 제일 잘 활용하는 장르.
잠시 게임을 내려놓고. 문화 전반에서 IP가 좋을 경우 생기는 현상을 생각해보자.
최근 슬램덩크 극장판이 좋은 예시인데, 영화를 보고 감명을 받은 사람들은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을 보며 슬램덩크라는 IP 콘텐츠를 소비한다.
그럼에도 여운이 남는다면 콜라보 상품이나 팝업스토어에 들러 굿즈를 구매하고, 뭔가를 만드는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IP를 기반으로 2차 창작을 한다.
IP는 크게 소모, 소유, 창작이라는 3단계가 존재한다.
먼저 IP 자체를 소모하는 단계에선 IP의 원전이 되는 콘텐츠를 직접적으로 소비하며 IP에 진입한다.
콘텐츠를 소모하며 IP에 점점 몰입하게 되면, 관련된 굿즈를 구매하거나 휴대폰의 배경화면으로 하는 등 IP를 삶의 일부로 소유하게 된다.
더 나아가서 몇몇 사람들은 IP를 깊게 해석하고 창작하며 자신이 IP의 창조 주체가 된다.
재밌는 점은 소비자에 의해 만들어진 2차 창작은 IP를 확장시키고 더 많은 사람들을 IP에 진입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본래의 IP가 직접 만들지 않아도 끊임없이 컨텐츠가 생산/소비되며 기존 유저의 애착과 IP가 확산되는 순환은 강한 IP가 가지는 강점이다.
이러한 특징은 그야말로 서브컬쳐 게임에 알맞다고 할 수 있다.
강한 IP를 만든다면 게임의 재미 자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유저들의 로열티는 높여갈수있었고. 이러한 점은 서브컬쳐 게임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IP를 만드는 법도 쉽진 않지만 다른 장르에 비해 유리한 점이 있었는데,
서브컬쳐 개임의 아트스타일, 스토리등이 만화나 애니메이션등 기존 서브컬쳐 장르와 거의 동일하여 그대로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연관성으로 기존 서브컬쳐가 확립한 IP를 이용하거나 IP 강화의 노하우를 이어갈 수 있었다.
결 IP에 대한 의존성과 이용의 유리함은 서브컬쳐 게임이 모든 게임 장르중 가장 IP를 잘 활용하는 장르로 거듭나게 했다.
서브컬쳐 게임이 좋은 IP를 만드는 방식
2부 작성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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