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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두라고 하면 'NFT'와 '메타버스'라고 볼 수 있다. 작년쯤부터 대두된 두 주제는 게임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이러한 개념들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점차 게임의 일부로서 정착되어가고 있다.
사실 NFT와 메타버스로 글을 쓰자는 건 꽤 오래전부터 생각했지만, 너무나도 급변하는 주제들이고 아직 이해도가 높지 않은 부분, 시장에서의 개념조차 확립되지 않은 부분들이 섞여 계속 쓰기 주저했던 부분이 있다.두 주제에 대해 정의나 역사를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는 이미 관련된 글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것보단 활용 측면에서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하여 NFT는 게임에서의 사용 가능성에 대하여, 메타버스는 무엇을 메타버스로 불러야 할지에 대해 작성하려고 한다.
NFT
16년도 당시 코인에 대한 얘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었고, 나 역시 그때쯤부터 코인과 블록체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당시 내가 생각했던 코인의 사용법은 '해외 송금 시 리플 같은 걸 쓴다면 환전 수수료 없이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또는 '과연 코인을 통한 상속은 상속세를 내야 할까?' 등의 별 볼일 없는 활용법들을 생각했던 게 전부였다.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투기라고 생각하지만, 당시 개당 500만 언저리 하던 비트코인은 어느새 5000만 원을 호가하며 전 세계에서, 다양한 영역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물론 최근에 들어선 코인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다소 시들해졌는데, 블록체인을 활용하려는 분야에선 단순히 코인과의 연결을 넘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있으며, 그중 하나가 디지털 콘텐츠와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NFT이다.
이미 많은 기사, 칼럼들¹에서 상세히 설명되어 있는데, NFT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약자 그대로 각종 디지털 콘텐츠에 Non Fun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언뜻보면 어려워 보이지만 비트코인의 특징을 알고 있다면 많은 유사점을 발견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다.NFT화 된 콘텐츠는 그 고유성을 인정받고, 소유권과 거래 내역 등이 모두 남게 된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NFT란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 증명서로 이해하면 된다.
NFT화 된 디지털 콘텐츠는 디지털 아트를 시작으로 여러 짤방, 트윗에 토큰을 부여하는 것을 시작으로 점점 지변을 넓혀갔다.게임 부분에선 엑시인피니티를 시작으로 게임 내 캐릭터를 NFT화 하여 거래하기 시작했고, 지금에 이르러선 다양한 게임사들이 NFT 적용을 고려하고 있다.
P2E는 그거 쌀먹 아니야?
NFT를 게임에 적용시킬 때 같이 얘기되는 단어는 P2E이다.
Play to Earn. 게임을 플레이하며 돈을 벌 수 있다는 장점으로, 많은 게임사들이 NFT 적용의 긍정성을 피력하는데 많이 사용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NFT는 새로운 개념일지 몰라도 NFT로 P2E 게임을 활성화하겠다는 의견에 대해선 상당한 의문이 있다.
우선 쌀먹이라는 단어로 더 잘 알려진 P2E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지금은 아이템매니아와 합병하여 사라진 아이템베이는 무려 2001년부터 게임 내 재화를 현금으로 사고팔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큰 아이템 현금 거래소인 아이템매니아의 전체 아이템 거래 시장의 연간 거래 규모는 1조 5000억 원에 달한다.²
아이템에 현금 거래에 대해선 많은 얘기가 오가지만, 모든 게임 회사에선 게임 내 현금 거래에 대해선 허가하지 않는 것이 공통된 입장이다.
이러한 부분은 게임 심의를 관리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영향이 매우 크게 작용하는데, 국내 게임계에는 '바다이야기'라는 아주 거대한 사건이 있었기에, 게임의 결과와 현금 재화가 연결되는 즉시 국내 이용 불가 판정을 내린다.
NFT를 통한 P2E은 게임 내 현금 거래를 합법화하겠다는 것과 동일하다.게임내 현금 거래를 합법화하는 것은 많은 위험을 수반하는데, 게임에 도박요소가 들어갈경우 이전 바다이야기 사태를 재현하는것과 같으며, 운영자에 의한 아이템 복제, 해킹으로 인한 손실등이 사실상 실제 재화에 관련됨으로 이전과 법률적 접근이 달라질수 있다.
결론적으로 NFT를 적용시킨 게임은 국내에서 서비스할 수 없다는 게 현재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입장이며, 최근 등급 분류 취소가 되었던 '무한돌파삼국지'가 이러한 의견을 강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NFT가 적용된 게임은 뭐가 재밌는데?
사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NFT가 적용된 게임들은 그 기능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게임이 가지는 궁극적인 목적은 재미인데, NFT를 적용하려고 하는 많은 게임이 NFT로 어떠한 재미를 부여할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섣부른 NFT/P2E의 적용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는 효과를 가져오는데, NFT가 동반하는 P2E 구조는 게임의 목적을 재미에서 돈벌이로 격하시켜버린다.어느 정도 수익성이 보장된다면 게임을 진짜로 플레이하는 유저들보다 수익을 얻기 위해 하는 작업장이 더 많아지는 상황이 발생할 것은 당연하다. 주변의 유저들이 게이머가 아닌, 작업장뿐이라면... 게임의 재미는 확연하게 떨어질 것이다.
여태껏 게임에는 다양한 기술들이 접목되어왔지만 재미로 이어지지 않는 기술들은 도태되어 왔는데, NFT 역시 재미와 연결시키지 못한다면 게임에선 점점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다.
게임에 NFT를 끼얹어보자..현재 NFT에 대한 찬성 측은 보통 기업들이 회사의 수익을 위해 주장하고, 반대 측은 게임이 P2E로 인해 망가지는 것을 우려한다. 기업 대 게이머로 찬반의 주장 측이 극명하게 갈리는데, 게이머의 시각에서 NFT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어느 정도 있다.
앞서 P2E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지만 게임 내에서 가치가 측정되는 것은 마냥 나쁘지 않다.
이브 온라인에서 B-R5RB 전투를 연합 간 대규모 전투라고 설명하기보다, 이로 인해 한화 약 3억 5천만 원 상당의 함선, 아이템이 소비되었다는 게 더 임팩트 있게 다가온다.
RPG 게임을 오래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플레이해온 시간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마련인데, 이런 부분에선 내 캐릭터/장비에 가치를 매겨주는 것으로 플레이에 대한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미르4에서는 캐릭터 자체를 NFT화 시켜 판매하는 개념을 선보였는데, 캐릭터를 NFT화 시킬 때 가치 산정에 대한 부분을 잘 이용하면 타 게임에서의 적용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게임 내 아이템 각각에 대한 기록이 추적되는 부분 역시 매력적이게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우승팀이 사용한 스킨의 NFT화.
리니지 바츠 해방전쟁에서 수복한 DK 혈맹 아이템들의 NFT화.
메이플 유명 유저 '타락파워전사'가 사용했었던 장비들의 NFT화.
기시감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위 예시들은 실제 세상에서도 경매에 오르곤 하는 물건들을 빗댄 경우이다.
월드컵 결승 때 입은 유니폼, 2차 대전 당시 사용한 장비, 마이클 잭슨의 소장품 등.. 똑같은 물품이더라도 사연을 가지는 순간 그 가치는 몇 배, 몇백 배의 차이가 나게 된다.금액적인 부분을 제쳐두더라도, 아이템들에 대한 스토리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NFT의 적용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물론 해당 사례들은 게임들이 어느 정도의 히스토리가 쌓여야 하는 등 몇몇 전제조건을 가진다.
P2E를 떼어놓고 보자면 NFT 자체는 게임사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아이템 각각에 대한 복제 불가능성이나, 아이템 시점에서 거래 기록이 남는 부분은 재화 관련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게임 외적인 부분이지만, NFT를 이용하는 다른 방법은 패키지 게임에 대한 민팅 방식이다.
국내는 콘솔 시장이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대두되는 문제가 아니지만, 해외의 경우 패키지 게임의 리셀러 문제가 꽤 크다. 게임키에 NFT 토큰을 붙이는 방식을 진행한다면 리셀러 계정에 대한 추적이 가능하여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이후 NFT의 사용 가능성여전히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많은 게임 업체와 타 정부 부서는 NFT 게임 허가를 강하게 밀고 있다.
사실 정확하게 보자면 NFT 자체가 거부당하는 것이 아닌 게임을 통한 수익이 합법적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제재라고 이해된다. 이러한 부분은 기업 측면에서 NFT로 성공했던 '엑시인피니티'의 선례를 따라가다 보니 생기는 문제점이 아닐까 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부분은 두 가지라고 생각된다.
- NFT를 게임 재미의 한 요소로 사용할 방법을 찾아낼 것.
- NFT와 P2E를 분리해 낼 수 있을 것.
이 두 가지를 해결해낸다면 NFT 역시 게임의 재미 요소로 하나로 적용될 잠재력은 충분히 있지 않을까 한다.
1) https://www.thisisgame.com/webzine/special/nboard/11/?n=136759 해당 칼럼이 상당히 유용하다
2)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0/12/1298135'잡담 > Ga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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