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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에서 명작 찾기잡담/Game 2022. 4. 6. 01:42
명작의 조건
매년 미국에서는 대중매체들에 대하여 EGOT(EMMY, GRAMMY, OSCARS, TONY)라 불리는 시상식을 진행한다.
미국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도 매년 다양한 시상식이 열리는데, 이러한 시상식들은 그 해 최고의 작품을 가리는 용도이며, 이 중에서도 특출난 작품들은 명작의 반열에 오른다.
어느 대중매체나 마찬가지로 한 작품에 대한 평가는 개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지만, 명작에 해당하는 작품들은 이견이 거의 없는 편이다.
게임에서 역시 매년 GOTY를 통해 그해 최고의 게임을 뽑는데, 대체로 유명한 게임 평론 사이트의 투표로 이루어지지만 GOTY에 대한 신뢰성은 화제가 된다.
과연 게임에서 명작이란 무엇일까?
평론 사이트인 메타크리틱이나 오픈크리틱의 최고 점수를 받은 게임들을 명작이라고 가정해보자.
높은 점수의 게임들을 종합하면 아래의 조건이 명작을 완벽하게 정의하진 못할지 몰라도, 명작들은 다음 조건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한다.
1. 새로운 시스템이나 장르의 제시.
2. 다른 게임과 궤를 달리할 정도의 내러티브나 미적 감각
3. 순수하게 극대화된 재미
추가로 다른 매체와 달리, 게임의 경우 재미라는 기본 요소를 만족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 지금까지 20년 넘게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했었는데, 명작이라고 불릴만한 게임들을 생각해보면 콘솔 게임들은 쉽게 나오지만, 온라인 게임의 경우 선뜻 얘기하기 어렵다.
물론 이건 필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위의 메타크리틱과 오픈크리틱의 최고 점수 게임을 살펴보면 콘솔 게임에 비해 온라인 게임은 거의 없다싶이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장르의 비대칭성은 온라인 게임의 특성때문에 발생한다.
완벽한 타인
문학 작품의 경우 외재적인 관점을 보는 경우가 많지만, 다른 매체에서 작품을 평가할 땐 대부분 작품 자체가 주는 경험에 기반한다.
언뜻 게임 역시 크게 다를 것 같진 않아보이지만, 온라인 게임의 경우. 다른 매체들과 비교해 봤을 때 완전히 다른 특징을 가진다.
온라인게임에서의 경험은 게임에서 설계한 재미 요소와 디자인에 기반하지만,
결정적인 경험은 다른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에서 얻는다.
게임이 잘 설계되어 있더라도 다른 유저를 통해 기븐 나쁜 경험을 했다면 게임에 대한 평가가 박해질 수 있으며,
그 반대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
동일한 게임을 두고 어떤 유저를 만나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게이머가 얻는 경험은 크게 바뀔 수 있기에,
다른 유저가 내린 평가에도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내가 겪은 경험을 기반으로 평가를 내리기도 어렵다.
테세우스의 배
물론 위와 같은 부분을 고려해도 명작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게임을 명작이라고 말할 때는 조건을 하나 붙여야 한다.
마치 피파온라인에서 '21TS 메시'와 '18TY 메시'가 다른 것처럼 '98년 바람의 나라', 'WoW -리치왕의 분노'라고 시기를 특정하여야 한다는 부분이다.
온라인 게임은 출시했다고 끝이 아니다.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끊임없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고, 변화해야 한다.
10년 이상 서비스한 게임의 경우 출시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사실상 다른 게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차이가 있다.
출시 당시에 비해 많은 변화를 통해 발전한 게임이 있는 반면, 여러 실수로 추락한 게임도 있기 마련이다.
이렇다 보니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는, 서비스 중인 온라인 게임에 대해 명작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는데 장애가 된다.
물론 출시 이후 게임을 고치기 어려운 콘솔에 비해 문제를 빠르게 개선하고 유저 반응에 맞출 수 있다는 부분은 온라인 게임이 가진 장점이다.
하지만 단기간이 아닌. 10년, 20년간 유지 보수해야 한다면?
이때부턴 장기적 운영의 애로사항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우선 10년 전 게임과 지금 게임의 가장 큰 차이를 꼽자면 눈에 보이는 부분인 그래픽일 것이다.
10년 전 게임들을 생각해 보자.
캐릭터의 모델링부터 사소한 오브젝트까지 과거의 게임을 다시금 돌아보면 촌스럽다고 느낄 정도이다.
그렇다고 그래픽을 계속 업그레이드하기엔 엔진이나 모델링을 변경하는 것은 보통 작업이 아닐뿐더러, 섣부른 변경은 기존에 하던 게임이 아닌 것 같은 이질감을 낳기도 한다.
콘텐츠를 계속 생산해 내야 한다는 부분도 압박이 된다.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는 게임은 금세 지루해지고, 유저는 이탈하게 된다.
그중 스토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데, 만약 초기 스토리에서 구상했던 보스들을 모두 잡게 된다면?
새로운 보스와 스토리를 억지로 짜내는 방법뿐이며, 이 시점부터 게임의 개연성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운영 부분에서도 많은 압박감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장기간 운영을 할수록 게임 내/외적으로 많은 이슈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어뷰징, 유출 등의 운영 이슈, 패치로 인한 후폭풍 등... 이러한 사고에 대해 잘 대처한다면 괜찮을지 몰라도 대응을 잘못하는 순간 되돌릴 수 없을 정도의 대규모 이탈로 이어지기도 한다.
위 예시들 말고도 장기적 서비스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10년 넘게 운영하며 유저가 여전히 많은 게임들은 극히 일부이며, 많은 게임들은 적은 유저 수를 보유하고 있거나 서비스를 종료한다.
10년 넘게 운영되는 온라인게임들의 인식은. 명작이라기보단 언제 고장 날지 몰라 불안한 브라운관 TV를 바라보는 시각에 가깝다.
그렇다면 온라인 게임은 명작이 되기 어려울까?
나름의 기준
위와 같은 문제점들이 돋보이는 건 콘솔에 초점을 맞춘 지금의 평가 방식에 기인한다.
기존의 게임 평가 기준을 내려놓고, 온라인 게임임을 고려해보면 위 단점들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게임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단연 재미이다.
수년간 지속할 수 있었던 건 게임이 주는 근본적인 재미가 분명하다는 것이고, 이런 재미는 외적인 부분이 아무리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상수이다.
사람들이 꾸준히 플레이한다는 건 게임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 중 하나이며, 게임적 관점에선 그 자체가 명작으로서의 조건이 된다.
다른 유저와의 경험이 게임에 대한 평가가 되는 것은 다소 의견이 갈릴지 몰라도, 이 부분을 배제하고는 온라인 게임을 평가할 수 없다.
이러한 경험 역시 게임에서 의도한 범위이며, 설사 게임에서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창발적 플레이나 유저 서사 역시 그 게임의 일부분이다.
콘솔 게임과 달리, 운영할수록 계속 이야기를 쌓아올려가는 온라인 게임은 평가 기준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10년 전 플레이했었던 게임과 10년 동안 플레이한 게임은 분명히 다르며, 수년간 쌓아올려온 다른 유저와의 이야기를 무시할 순 없다.
결국, 오픈크리틱이나 메타크리틱에 온라인 게임이 거의 없는 것이 온라인 게임이 명작이 되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다른 평가 기준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며, 온라인 게임에 맞는 기준으로 볼 때 비로소 온라인 게임에도 명작이 많았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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