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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 경제와 스트리밍 서비스. 그리고 게임잡담/Game 2020. 1. 14. 03:32
얼마 전에 게임계 유명인사인 코지마 히데오가 했던 인터뷰에서 재밌는 부분을 봤다.
게임 역시 스트리밍 시장으로 이동하며 이 시기가 오면 게임은 영화, TV프로와 경쟁해야 된다는 얘기이다.
이 인터뷰를 읽으며 곰곰히 생각해보니 몇 년 뒤면 게임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게임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예상해보는것도 재밌을 거 같았다.
구독 경제의 시대
최근 모든 산업에서 급부상하는것이 구독 경제이다.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는다는 개념은 기존의 대여 서비스에서 알 수 있듯이 새롭진 않다.
시대가 변하며 콘텐츠와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의 구독 서비스가 충분한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계산이 나온 것인지, 애플, 구글, 디즈니등 수많은 거대 기업이 서둘러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구독서비스에서 항상 따라오는 것이 큐레이션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빅데이터라는 안 들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서비스 산업에선 그간 수집된 사용자들의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개개인의 취향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역이용하여 어떤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이용할 사용자가 어느 정도인지 까지 유추할 수 있게 된다.
즉 기존의 서비스들이 박리다매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대다수의 사용자가 좋아할 서비스에만 투자하여 기존보다 이용자들에게 딱 맞는 서비스를 높은 퀄리티로 제공할 수 있게 발전하고있다.
게임과 스트리밍형 구독 서비스
약 6년 전에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4와 함께 'PS Now'라는 게임 스트리밍형 구독 서비스를 공개했다. 당시 발표한 내용이 상당히 혁신적이었는데, 최신 기기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심지어 소니 TV만 보유하고 있어도 최신 플레이스테이션 기기를 가진 것처럼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거란 내용이었다.
원리는 꽤나 간단한데. 플레이스테이션 기기는 소니 서버에 두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 게임을 즐긴다는 요지였다.
이 이상적인 시스템은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실패했다. 당시 구독 가격이 꽤나 높게 책정된 점. 인터넷이 좋지 않으면 원활한 서비스 제공이 어렵고, 워낙 오가는 데이터양이 많다 보니 해상도가 강제되는 점등이 원인이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구독 경제의 활성화와 스트리밍 서비스의 발전으로
다양한 게임 기업에서 스트리밍형 구독 서비스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게임 패러다임의 변화
어떤 게임을 플레이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보자.
우선 이 게임에 대해 알기 위해 검색을 하며(나무 위키, 인터넷 방송 등) 내 취향에 맞는지 확인한다.그 뒤 게임의 가격이 적절한지, 이 게임이 내 컴퓨터 사양에 맞는지, 용량이 충분한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게임을 구매 후 설치하고 플레이한다.
정리하자면 '할만한 게임 물색 -> 구매 -> 설치 -> 플레이'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우리는 이 과정에 익숙해져 아무렇지 않게 여기지만 플레이하기 전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비되고, 기껏 돈 주고 구매한 게임이 생각보다 재미없는 경우도 존재한다.
시대는 변하고 있고, 게임 시장에서 역시 구독과 스트리밍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는 불필요한 과정들이 사라짐을 의미하고, 이 과정이 생략된 게임은 그 이전과 확연하게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1. 노가다 요소의 종말
나는 게임을 구매할 때 정해둔 기준이 하나 있는데 게임의 가격과 플레이타임이 비례해야 한다.(약 1시간에 천 원?) 5,6만 원이라는 거금을 주고산 게임이 4~5시간의 플레이타임을 제공하면, 게임 자체의 퀄리티와 상관없이 만족도가 꽤 떨어진다.
먼 옛날부터 게임 제작사들은 이러한 점을 의식하고 게임을 최대한 오래 할 수 있게 많은 장치들을 배치했다.
끊임없는 노가다 요소, 노가다를 강제하는 난이도 상승, 뉴게임 플러스 등... 다양한 부분에서 반복 작업을 유도하여 플레이 시간을 늘린다.
물론 이것 자체가 하나의 장르화가 되어 이를 메인 콘텐츠로 내세우는 게임도 있지만,
단순히 플레이 시간 늘리기용 반복 작업은 게임의 퀄리티를 떨어뜨린다.게임의 플레이 시간이 짧으면 만족도가 떨어지고 시간을 늘리기 위해 노가다 요소를 넣으면 게임 퀄리티가 떨어진다.
이러한 플레이 시간의 딜레마는 구독 서비스와 함께 사라질 거라 생각한다.
게임에서 가격이 제외된다면, 사람들은 플레이 시간이 짧아도 확실한 재미를 줄 수 있는 쪽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더 이상 제작사들은 게임에 막일 요소를 억지로 넣지 않을 것이며 짧은 시간 안에 더 몰입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할 것이다.
극단적으로 봤을 때 몇 년 뒤에는 게임들의 평균 플레이 타임이 3시간 이내가 될 수도 있다.
2. 초반 집중형 콘텐츠
구매 비용이 아까워서, 설치 시간이 아까워서와 같은 이유들이 사라지고 다른 대체 게임들을 바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그만큼 이탈율도 높아짐을 뜻한다.
흔히 영화 시나리오 작법 기법을 보면 첫 2~30분 안에 사건이 일어나야 하고, 약 십 분가량마다 계속 작은 사건들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앞서 말했듯이 제작사들은 점점 플레이 시간의 딜레마에서 벗어나 게임에서 루즈해질 수 있는 부분들은 과감히 제거할 것이다.
게임들은 초반 30분 안에 자신들이 가진 재미요소를 전부 쏟아내듯이 보여줘야 하고, 그 이후에도 이탈 방지를 위한 장치들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3. UI의 최소화(반응형 UI)
스트리밍 서비스의 최대 장점은 인터넷 연결만 되는 기기라면 그 어떤 고사양의 게임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구글 스태디아나 스팀 스트리밍은 PC게임을 스마트폰에서도 즐길수 있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지고 있다.
24~32인치의 모니터를 기반으로 제작되는 게임들이 6인치 스마트폰 화면에 들어간다고 생각해보자.24인치에서 좀 작다 느낀 텍스트였다면 6인치에선 아예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제는 제작 단계에서 작은 디스플레이를 고려하여 효율적 전달법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 선 텍스트보다 이미지 위주의 UI들이 더 적절하며, 게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화면을 많이 가리지도 않는 UI가 선호되지 않을까.
4. 에피소드 방식의 게임 서비스
구독 서비스에서 AAA급 게임들의 위치는 상당히 애매하다. 서비스 제공 업체에서 제작사에 돌리는 금액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고, 제작비가 과하게 높은 AAA급 게임상 손익분기점을 넘기기엔 구독 서비스는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AAA급 게임은 구독 서비스를 이 악물고 무시하며 구시대적인 구매방식을 고집해야 할까?
넷플릭스와 아마존의 사례를 보면 오히려 이런 AAA급 게임은 구독 서비스의 핵심이 될 것이다.
구독서비스의 단점은 자신이 맘에 들 때만 구독을 하고, 그 외에는 구독 취소하는 행위이다.결국 이들의 구독을 계속 유지시킬 미끼가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AAA급 게임의 역할이 되지 않을까 한다.
위 게임들의 공통점은 게임의 내용이 에피소드화 되어있다는 것인데,
구독 서비스에서 AAA급 게임들은 통째로 나오지 않고, 마치 드라마처럼 에피소드 형식으로 나올 것이다.
이러한 점은 또 다른 장점을 수반하는데, 처음부터 완성형 게임을 만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유저들의 반응을 참고하여 단점들을 보완하며 고쳐나갈 수도 있다.
당장 생각나는 부분만 적었지만, 이외에도 많은 부분이 바뀔수도있다.
최근 트렌드인 인터넷 방송에 맞춰 시청자 참여를 좀 더 적극적으로 유도할수도 있고, 내가 플레이 하다 어려운 부분을 친구가 스트리밍으로 해주는 플레이도 일상화될수도 있다. (이 아이디어들은 이미 구현되고 있다.)
물론 위에서 얘기한것중 맞는게 하나도 없을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론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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