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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Review

Dark Souls I

by 김태현. 2016. 7. 3.



NPC 위에 보이는 느낌표.

다가가면 텍스트 창이 뜨며 임무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다. 

마지막 줄엔 내용을 읽기 귀찮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목표가 뭔지 한 줄로 압축하여 알려준다.

몹 5마리를 잡는 임무, 머리 위엔 화살표가 나타나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며,

몹은 멀리서 눈에 띄게 달려오는 캐릭터를 본체만체하며 있다가 몇 미터 이내로 접근해야 비로소 공격을 하려 하지만 캐릭터가 칼을 서너 번 휘두르자 시체가 된다.

 


위 예시가 최근 나오는 수많은 RPG들의 퀘스트 수행 과정이다. 

요즘 대부분의 RPG 게임은 혹여나 게이머가 게임이 어려워서 그만두는 것을 우려해서인지, 난이도가 예전 게임들에 비해 대체적으로 쉬워진 감이 있고(물론, 후반 컨텐츠는 느린 컨텐츠 소모를 위해 어렵게 만들지만.) 상당히 친절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 이런 퀘스트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

 


RPG게임 시장이 이런 추세로 변화하는 동안 천편일률적인 흐름에 반기를 든 게임이 있으니 

프롬 소프트웨어에서 2012년 8월에 출시한 다크소울이다.

 


-PC판 부제인 Prepare to die, 이 게임의 핵심

 

 

 

 

 

불친절함의 향수


 

  다크소울은 튜토리얼부터 다른 게임과 다름을 알려준다. 사실 처음 시작하는 수용소 부분이 튜토리얼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의문인데,


감옥을 나와 몇몇 망자들을 해치우고 밖으로 나오면 바닥에 써져있는 '도망가'라는 글귀, 읽는 즉시 하늘에서 거대한 데몬이 떨어지면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게임 시작한 지 5분 정도 된 거 같은데 보스가 나와?'  하는 당혹감과 함께 글귀대로 도망간다. 

이윽고 짧은 진행 뒤에 플레이어는 도저히 못잡을거 같은 데몬에게 내던져진다.

서너 번의 죽기도 하지만 여러번의 시도 끝에 데몬을 때려잡으면 'YOU DEFEATED' 라는 단어와 함께 문이 열린다.

 

 

 


 

사실 다크소울을 하면서 느낀 건 어렵다는 느낌보다는, 옛날 게임들을 생각나게 한다. 

어려운 난이도, 잦은 죽음, 안개 너머에 있는 보스를 보며 어려웠던 고전 게임들의 향수를 느낄수있었다.  


 


록맨, 슈퍼마리오, 페르시아의 왕자, 디아블로II 등... 이제는 고전이 돼버린 게임들은 요즘 게임처럼 친절하지 않다.

고전 게임들에서 플레이 하며 죽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건 참으로 당연한 일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제작사에서도 플레이 타임이 짧아질 것을 우려해서 어렵게 만들었을 거라고 보는 어려운 난이도, 

보스도 요즘처럼 멀리서부터 보이지 않고 문을 지나거나, 보스룸에 들어가야지 비로소 보스를 볼 수 있다. 


보스 또한 처음 보면 당황스럽기 그지없는 패턴들을 보여주며 플레이어를 농간한다. 

그땐 지금처럼 인터넷에 치면 공략이 바로바로 나오는 시대가 아니여서 수없이 죽어가며 보스의 패턴을 하나하나 알아가야 한다. 하다가 지쳐서 게임을 그만두기도 하지만, 달리할 것도 없고 밀린 숙제가 있는 것 같은 찜찜함에 이내 다시 트라이를 하게된다.



계속 도전하다 보​면 보스의 체력이 서너 대 더 공격하면 잡을 정도로 줄어드는 경우도 생기는데, 

이때가 되면 말 그대로 게임과 나 이외엔 아무것도 없다고 느낄 정도로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수없는 도전 끝에 얻은 노하우를 총동원하여 보스를 잡으면, 몸에 진이 다 빠지는 느낌과 함께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는다.

 

 

 


- 때로는 파해법을 어떻게든 찾아내기도 한다.

 


 요즘 생각해보면 수많은 도전과 죽음, 노력끝에 보스를 잡았을 때의 그 쾌감이야말로 게임을 재밌게 만드는 본질적 매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간 게임의 트렌드는 이러한 매력을 찾기 어렵게 바뀌고 있었다. 아무리 서브 컨텐츠가 많다고 해도 이러한 본질적 재미가 없으니 게임 불감증이 생긴다고 할만하다. 

그런점에서 다크소울은 요즘 게임에선 쉽게 찾기 힘든 게임의 본질적 매력을 잘 녹여내는 편이다.


혹자는 다크소울이 너무 어렵다고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느니 다른 게임을 하겠다고들 하는데, 

양머리, 아니 소머리 데몬까지만 잡은 뒤 옆에 비치는 배경을 바라보면,

예전 고전 게임을 클리어할 때의 그 성취감과 함께, 어려움이란 다크소울의 매력을 부각시키기 위해 필요한 요소라는 걸 느낀다.

 

 


- 보스를 잡은 뒤 보는 배경은 고난 끝에 깰수록 인상 깊게 남는다.

 

 

 

 

 

 

얘는 이런 설정일 거야

 

다크소울이 특별한 점은 스토리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는 영상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많은 기대를 품게하는데,

고룡과 불의 시대, 난쟁이와 다크링등 나레이션과 함께 나오는 고퀄리티의 영상은 흥미진진한 스토리의 게임이 펼쳐질 것을 자연스레 상상하게 한다. 


하지만 다크소울은 스토리마저 친절하지 않다. 


 스토리를 자세히 알려주는 건 오프닝 영상뿐, 게임 내에서 스토리 설명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아마 게임 내에서 스토리 관련으로 대사가 나오는 부분을 모두 합쳐도 30줄정도 분량이 나올까 싶을 정도? 그럼에도 플레이어들은 다크소울의 스토리에 많은 관심을 가진다. 


일명 '프롬 뇌'라고 하며 플레이어들은 스스로 게임 스토리를 상상한다. 주어진 정보는 몇몇 없는 NPC들의 별 볼일 없는 대사와 아이템에 설명란에 써져있는 짤막한 얘기들이 전부, 플레이어들은 이것들을 이리저리 짜 맞추며 빈부 분을 자신의 상상으로 채워나간다.




- 이 프롤로그를 보며 얼마나 큰 기대를 품었는지 모른다. 프롤로그가 끝나고 나온 건 감옥 안에 갇혀있는 쭈글쭈글한 망자, 

 기사가 나왔을 때 난 내가 기사를 플레이하는 줄 알았다.

 

 

대표적으로는 다크소울에서 희망을 상징하는 NPC인 솔라의 이야기가 있다.

태양에 과도하게 집착하며 자신만의 태양을 찾으려 애쓰는 솔라. 이 NPC는 해석에 따라 대왕 그윈의 파직된 맏아들이 되기도 하고, 그 맏아들의 자식이 되기도 하며, 혹은 단순한 태양의 신도로 그윈의 흔적을 찾으려는 자로 묘사하기도 한다. 


이런 유저들의 추측에 대해 프롬은 아무 언급도 안 하는데, 이렇다 보니 플레이어들은 자유롭게 상상하며 다크소울에 더 깊게 빠져들게 된다. 

 


 


- 솔라와 즐거운 협력을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어느새 자신이 솔라의 신도가 되어 바닥에 '태양 만세!'를 적고 다니게 된다.

 


 단순히 스토리에 대한 언급을 절제했다면 오히려 빈약한 스토리로 욕을 먹을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다크소울의 설정은 무척이나 탄탄함이 느껴진다. 

아이템마다 붙어있는 이야기, 눈썰미가 좋지 않다면 그냥 지나칠 세세한 부분들,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나타나는 정보나 이벤트는,

스토리가 없어서 못 보여주기보다는, 자유롭게 상상하라고 감추는 기색이 강하게 느껴진다.

 

 


- 흑금사옷을 가져가면 갑자기 공격하는 짓무른자, 추방된 자들의 세계인 회화세계에 있는 반룡 프리실라등 다크소울은 끊임없이 스토리에 대해 상상하게 만든다. 

 

 

 

 

 

 

여기가 여기랑?

 

 

 다크소울을 하면서 감탄을 자아내는 부분 중 하나는 매우 유기적인 맵 디자인이다.


게임을 하다보면 전혀 연결될 것 같지 않은 맵들이 치밀하게 연결 돼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처음 수용소에서 나와 가게 되는 제승의 계사장은 처음엔 잘 모르지만 나중에 보면 오른쪽은 불사의 거리 및 하층, 왼쪽은 거인의 묘지 등 어떠한 방향으로 가든 웬만한 장소와 다 연결되어있다.


 게임을 진행하며 맵과 맵을 이어주는 지름길을 발견할때마다 '여기랑 이곳이 연결돼?' 하는 생각과 함께 맵 디자인을 하는데 노력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이다. 

이런 점이 지도하나 없이도 다크소울의 맵 곳곳을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서로 얽혀있는 전체적 맵 조직도, 계승의 제사장은 무려 일곱 장소와 연결돼있다.

 


 

 백령과 암령 사이

 

 

이 게임의 멀티플레이는 특이한 편이다. Mingle player(Multi player+Single player)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은 멀티플레이에서 비롯되는 단점들을 많이 제거한 편이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싱글플레이지만, 플레이하기 어렵다고 느껴질경우 다른 플레이어를 불러 일정부분을 함께 진행할수 있다.

당연하게도 플레이어는 도움을 받는 것만이 아닌 조력자가 될 수도 있다. 

다른 유저를 성공적으로 도와줬을 경우엔 보상을 받게 되어, 조력자는 보상을 위해, 초보자는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자연스레 멀티플레이를 선호하게 된다. 

 


백령 둘만 있으면 어떤 보스라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이 든든하다. 

 

 

조력자를 부르려면 '인간성'이라는 것을 소모하여 망자에서 인간 상태로 부활해야 한다. 인간 상태가 되면 위협요소가 하나 생기는데, 다른 플레이어를 학살하고 다니는 암령의 존재이다.


이 침입자들은 인간 상태의 유저를 찾아 침입하는데, 목적은 오직 침입한 세계의 플레이어를 죽이는 것이다. 

암령이 플레이어를 죽일 경우 보상을 얻게 되며, 플레이어가 암령을 죽일 경우 암령은 원래 자신이 플레이하던 장소로 돌아간다.

 

 


- 암령이 침입했다는 표시가 나타나면 일단 한숨부터 쉬게 된다.

 

 

전반적 게임 설정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멀티플레이 시스템, 인간 상태일 때의 리스크-리턴의 밸런스가 적절한 시스템이라고 느껴진다.

 





'소울라이크'라는 장르가 생겼을정도로 클래식 게임들의 매력을 게임계에 다시 전파했다는 점에서, 다크소울이 가지는 의미는 꽤나 큰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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