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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Review

VA-11 HALL-A: Cyberpunk Bartender Action

by 김태현. 2017. 10. 14.

 

 

VA-11 HALL-A: Cyberpunk Bartender Action

 

제작

 Sukeban Games

장르

(사이버펑크 바텐더 액션), 비주얼 노벨

출시일

2016년 6월 21일

플랫폼

PC, PS Vita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비주얼 노벨라는 장르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단조롭고 평이한 스토리들이 게임의 형식을 업고 나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평가 받거나,

나름 구색을 맞춘다고 억지로 게임적 요소를 넣어놓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편인데,

 

아쉽게도 대다수의 비주얼노벨은 이 두 가지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비주얼 노벨 장르인 이 게임에 흥미가 생겼던 건 이러한 부정적 특징에서 벗어나있었다는 점이다.

 

 술을 섞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적절히 호응해주는 바텐더.
플레이어는 이런 바텐더가 되어 요구에 따라 술을 제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된다.

 

과연 이렇게 비주얼노벨에 어울리는 게임이 또 있을까.
상대방의 요구에 맞추거나 때론 눈치껏 술을 내줘야 하는 게임성 또한 바텐더라는 컨셉에 적절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었다.

 

 


207X년 VA-11 Hall-A의 바텐더

 

게임의 배경은 60년 뒤인 207x년. 사람들은 태어나자마자 나노머신을 이식받으며 모든 행동을 감시당하는 글리치 시티. 정부는 기업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이며 이들은 부패한 정부의 개 '화이트 나이츠'들이 지킨다.

 

이러한 디스토피아적 삶 속에서 많은 이들이 찾는 것은 한잔의 술.
VA-11라는 바 인증번호의 Hall A라는 바. 속칭 발할라(VALLHALLA)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질(Jill)'
플레이어는 질의 입장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70년 뒤라는 배경답게 손님들 역시 다채로운데, 퀵서비스 배달부, 언론인, 수의사 사립탑정 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매춘을 하는 여성형 안드로이드, 해커, 병 속의 뇌, 말하는 코기들까지.. 사이버펑크 디스토피아스럽게도 아주 다양한 고객들을 맞이한다.

 

 

게임의 방식은 간단하다. 술을 주문받으면, 인터페이스에서 조제법을 찾아 그대로 조제하면 된다.

 

 

"이게 게임 플레이의 전부라고?" 할 정도로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꽤 어렵다.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제작자가 원하는 데로 술 한잔하며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얼음을 안 넣거나, 양을 2배로 해달라는 걸 깜빡하거나, 살짝 흔들어야 되는 걸 오래 섞는 등의 잔실수를 하기 일쑤이다.

 

 

 

또한 갈수록 자기가 좋아하는 술을 달라거나, 친구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술을 달라는 등 대화에 집중하지 않으면 뭘 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생겨 나름 난이도가 높다.

 

 

 


120%의 한글화

 

 

사실 게임성보다 처음 눈에 띄었던 것은 다름 아닌 한글화였다. 유저 자체 한글화이긴 하지만 그 수준이 상당했는데, 게임상에서 볼 수 있는 커뮤니티 스레드의 글들이 디씨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나 디시콘들을 이용해 번역한 점은 그 적절함에 감탄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유저 한글화는 게임을 좀 더 즐길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에 언제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이러한 번역은 언제나 논쟁이 되는 방식인데, 과도한 번역은 제작자의 의도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고, 지금 당장은 어색하지 않아도 나중에 보면 시대적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이것이 상당히 잘 된 번역이라고 느꼈던 점은, 게임 자체가 비속어나 성적인 대화 위주인데다가, 게임 속 스레드 역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최대한 재현하려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디씨 특유의 느낌을 내도록 번역한 것이 괜찮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술을 섞고 삶을 바꿔줄 시간

 


발할라가 꺼내는 스토리들은 단조롭거나 평이하지 않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부터 사적인 고백까지, 다양하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발할라에서 나누는 대화들은 진짜 술집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다양하며, 진솔하다.

 

혹여나 미래 사이버펑크 디스토피아라는 배경 때문에 사연들이 너무나 허무맹랑해서 몰입하지 못할까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너무나 힘든 직장생활, 자신의 인생을 강제로 결정하려는 부모, 성 정체성과 사회적 모습 사이의 갈등, 연인과의 싸움과 후회 등
게임 속 고민들은 현재와 비교해서 별반 다르지 않으며,
디스토피아적 배경 역시, 게임의 제작사가 있는 국가인 베네수엘라를 그대로 그려냈나 싶을 정도로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칫 이러한 무거운 주제들 때문에 칙칙한 분위기처럼 느껴질 수 있는 것을 성적 농담이나 욕설들, 여러 개그 코드들을 섞어가며 부드럽게 풀어내간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때 필요한건 역시 술. 적당히 취한 상태여야 발할라의 분위기 속에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술과 함께 게임을 즐기라는 개발자의 추천은 참으로 탁월하다고 할 수 있다,

 

 

 
게임을 하기엔 피곤한 날, 맥주 한잔하며 가볍게 즐기기엔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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