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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Review

Grim Fandango (Remastered)

by 김태현. 2017. 9. 23.




 Grim Fandango (Remastered)


 제작

 LUCASARTS

 장르

 Adventure

 출시일

 1998년 10월 30일 / 2015년 1월 27일(리마스터)

 플랫폼

 PC, IOS, PS4, PSvita



 고대 아즈텍에서는 전쟁 중일 때와 물과 관련한 죽음을 제외한 방법으로 죽으면 지하세계인 믹틀란(Mictlan)으로 간다고 믿었다. 

그곳에서 4년 동안 여덟단계의 고난을 통과하는 여행을 떠나게 되며, 이 고행을 마쳐야 비로소 영원한 안식에 들 수 있게 된다.


현대의 관점에서 봤을 땐 약간 불합리한 제도가 아닌가 싶다. 

죄많은 사람도, 죄 없는 사람도 누구나 다 똑같이 4년간의 고행을 겪는 건 불공평하지 않은가? 

                        


     


매니는 사자의 땅에서 여행 중개사로 일하며, 고객들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4년간의 고행을 단 4분으로 단축시켜주는 9호선 열차의 티켓부터 4년간의 고행을 함께할 지팡이까지, 여러 여행 서비스를 고객에 맞춰 판매한다.


 되도록 9호선 티켓을 많이 팔아 실적을 쌓아야 하는 매니는 계속 최하등급 고객만 배정받게 되자, 왜 같은 중개사인 도미노는 연일 최고 등급 고객만 배정되는지 의문을 품고 그의 고객을 가로채기로 한다.




최고의 시대에 태어난 최고의 게임



 

 

스타크래프트, 하프라이프,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 발더스 게이트, 메탈 기어 솔리드등

게임 역사상 한 획을 그은 게임들이 무더기로 출시된 게임계의 황금기 1998년.  


 어드벤처 장르 쪽에서 역시 다른 게임에 결코 밀리지 않는 수작 '그림 판당고'를 내놓았다.



 


그림 판당고는 여러 게임매체에서 최고의 어드벤처 게임, GOTY, 최고의 게임 음악 등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며, 

지금까지도 어드벤처 장르에선 최고의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출시 17년 후인 2015년, 그림 판당고 리마스터가 출시되며

너무 오래전 게임이라 이름도 못 들어본 사람과 옛날에 해봤던 추억이 있던 사람들이 다시 끔 플레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필자의 경우 그림 판당고는 다른 98년도 명작들처럼 '이름은 익히 들어봤으나 플레이하기엔 너무나 고전이라 해볼 생각조차 없는 류 ' 의 게임중 하나였고, 그나마 리마스터 판이 나온 덕에 플레이하게 된 경우이다.


리메이크가 아닌 리마스터링이라 여전히 고전적 느낌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눈을 찌푸리게 만들 정도인 낮은 해상도의 텍스처를 보완했다는 점은 그림 판당고를 해 볼 동기를 충분히 부여하고 있다.


  - 척 봐도 엄청난 기술력을 사용한 최상의 그래픽적 보완이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결코 풍화되지 않는 명작


'이게 정말 19년 전에 나온 게임 맞아?'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그림 판당고의 아우라는 고전의 촌스러움이 아닌 명작들이 내뿜는 그 특유의 세련됨에 가깝다. 


 


 

기존 여러 게임들의 사후세계가 어둡고, 그로테스크하거나 무거운 느낌이 강했다면, 그림 판당고는 현대사회와 결합하며 가볍고 친근한 세계를 만들어냈다.

 스토리라인 역시 믹틀란에서 4년간의 고행이라는 테마 속에서 말끔한 기승전결과 좋은 개연성으로 풀어내며 게임을 계속 진행하게 만드는 동기를 충분히 부여해준다.





 때로는 눅눅하게, 때로는 흥겹게, 때론 웅장한 51곡의 다양한 재즈곡들은 분위기에 맞게 치고 들어오며, 그림 판당고 특유의 분위기를 완성시킨다.


 그림 판당고를 상징하는 요소를 딱하나만 뽑자면 이 재즈음악들 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게임이 끝난 뒤에도 재즈음악들은 기억 속에 강하게 남는다.



 

어드벤처 장르의 대가인 루카스 아츠에서 만들어낸 역작인 만큼 퍼즐 요소도 괜찮은 편이다.

몇몇 부분에서 너무하다 싶싶을 정도의 퍼즐들이 나오지만 대체적으론 상황이나 대사 속에서 유추가 가능하며, 중복적 퍼즐 요소가 없는 점은 굉장히 좋았던 부분이다.


 



 신화 속 사후세계에 대한 현대적인 재해석, 구성이 탄탄한 스토리텔링, 중간중간 치고 들어오는 블랙 조크들 그리고 분위기에 녹아드는 BGM까지. 그림 판당고가 그려내는 사후세계는 매력적이며 위트가 넘친다.


 사실 게임에서 스토리, BGM보다 중요한 것이 게임성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어드벤처 장르는 다른 부가적 요소들이 게임성 이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게임들과 달리 이런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깊이는 상상이상으로 강한 몰입감을 부여한다.






숨길 수 없는 고전의 케케묵음


그럼에도 고전이기에 생기는 단점들은 숨길 수 없었다. 


 위에서 말했듯이 중간중간 터무니없는 퍼즐들은 힌트의 부재가 더해져 도저히 진행을 못할 정도이다. 

필자는 게임을 하는데 있어서 웬만하면 공략을 안 보면서 하지만 그림 판당고를 진행하며 한 3번 정도는 굴복하고 공략을 봤었다.


 -게임을 하며 가장 고생했던 'year 1' 파트


물론 이러한 과도한 난이도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게임이 출시된 시기 자체가 괴랄한 난이도의 퍼즐들이 나오더라도 게이머들의 도전정신을 자극했던 시기이니 이해할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러한 난이도로 게임 디자인을 한다면 몇몇 코어 유저층을 제외하고야 다 떠나는 추세기 때문에 이러한 난이도는 지금에 있어선 분명한 단점일 수밖에 없다.



게임의 문제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한글화도 보기 상당히 불편하게 되어있다.

 


2바이트의 언어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한글을 제대로 표기할 수 없어 자음과 모음을 따로 쓰고 잘 조절해서 억지로 한글화를 한 수준이다. 물론 영어로 게임을 할 수 없는 입장에선 이 정도도 감지 덕지이고 막상 게임을 하다 보면 익숙해지긴 하지만,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는건 어쩔수 없다.




지금은 그림 판당고를 춰야 할 때


 

 명작 반열에 드는 게임들은 크게 두 가지이다. 

특정 부분이나 게임성에서 다른 게임과 궤를 달리하는 특출난 점이 있거나

흠잡을 때 없이 게임의 모든 부분에서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줄 때.




그림 판당고는 후자의 이유에 가깝다.

만약 누군가 이 게임이 재밌냐고 물어본다면 '그다지?'라고 대답할 것같다. 


남에게 추천하기엔 애매한, 아무런 기대도 안 하고 했을 때 '이 게임 의외로 재밌는데?'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류의 그런 게임.


 만약 이 게임에 붙은 '명작'이란 타이틀 때문에 플레이해볼까 고민한다면 '이 게임이 왜 명작일까?'라는 생각보단 

'20년 전의 명작은 이런 느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해보는 게 실망감이 덜하지 않을까.

 

 



오래되긴 했지만, 그 시절 시대를 풍미한 쟁쟁한 게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게임이니만큼

시간이 난다면 그림 판당고를 한번 춰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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