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O M A | |
제작 |
Frictional Games |
장르 |
Survival horror |
출시일 |
2015년 9월 22일 |
플랫폼 |
PC, PS4 |
※ 게임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300개의 뉴런과 1000여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 '예쁜 꼬마선충'은 현재까지 인간이 유일하게 '완벽히' 구조를 이해한 생물이다.
지금까지 알아낸 바를 데이터화 시켜 컴퓨터상에 구현하려는 OpenWorm 프로젝트는 어떠한 알고리즘도 구현하지 않은 채 실제와 똑같은 움직임을 보여주는 디지털 생물을 구현해냈다.
이 프로젝트가 시사하는 바는 꽤 크다.
만약 이 예쁜 꼬마선충을 디지털상에 완벽하게 복제하는 방법을 인간에게 적용시킬 수 있다면, 우리는 인간을 복제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복제로 인해 창조된 인간은 진짜 사람과 똑같이 행동하고 사고할 것이다.
영화 '6번째 날'의 아담 깁슨과 '아일랜드'의 링컨 6-에코처럼.
물론 1000억 개의 뉴런과 37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 인간의 복제는 현재로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긴 하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한 100년쯤 지난다면 인간을 디지털 상에 그대로 옮길 수 있을지.
존재란 무엇인가
주인공 사이먼은 사고로 뇌에 손상을 입고, 치료를 위해 뇌를 스캔하는 해보도록 한다. 스캔이 끝난 후 그가 있는 곳은 실험실이 아닌, 미지의 연구시설. 탐험을 하며 사이먼은 자신이 더이상 인간이 아니며 먼 미래에 와있음을, 스캔되었던 뇌의 데이터가 기계에 담겨 있는 모습임을 깨닫는다.
미래의 지구는 멸망을 앞두고 있으며, 해저 연구소 PATHOS-II 의 연구원들이 진행했던 ARK 프로젝트 - 사람들의 뇌를 스캔한 후 가상세계에 넣어 인류의 존속을 유지하려는 계획 -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주로 발사하는 마지막 단계를 완수하지 못한 채 심해의 기지에 보관되어있다.
SOMA는 100년 뒤의 미래로, 그것도 기계의 몸으로 깨어난 사이먼이 ARK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자신도 탑승하여 탈출하기 위해 심해로 떠나는 스토리이다.
ARK 프로젝트는 SOMA의 주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인간을 데이터화 시켜 가상세계에 구현한다면, 우리는 이것을 인간으로써 살아있다고 할 수 있는가.
사실 이러한 주제는 SOMA가 처음 제시한 것은 아니다.
이미 철학계에선 통 속의 뇌(Brains in a vat) 사고실험을 시작으로 데이터화 시킨 인간에 대해 많은 질문들을 던져왔다.
생물학적 요건을 모두 잃은 채 1과 0으로 표시되는 것이 과연 인간일까?
실제 하는 육체가 없는 것이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데이터의 복제를 통해 여러 명의 '나'를 창조한다면 진짜 나는 누구일까?
등 지금까지 철학에선 다양한 질문이 제시되어 왔다.
결국 이러한 질문들은 하나의 근본적인 의문에 기반을 둔다.
과연 존재란 무엇일까.
사실 이 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부터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까지, 상당히 지루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SOMA는 이 논제를 여러 파편으로 조각내어 게임 전체에 뿌려놓았다.
게임을 진행하며 던져지는 질문들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이러한 주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한다.
죽은 NPC들의 기억, 컴퓨터에 남겨진 인터뷰, 캐서린과의 대화는 결코 가볍지 않으며, 플레이어를 '존재'라는 주제의 심연으로 이끌어간다.
고독 속으로 던져지다.
SOMA는 철저히 고독한 게임이다.
게임의 길이에 비해 NPC, 적, 대사 등 전체적으로 외부와의 작용이 적은 편으로, 대부분을 심해와 아무도 없는 건물들 속에서 진행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1인칭 시점과 UI가 없는 점은 앞의 특징과 더불어 고립감과 몰입감을 부여한다.
인류가 절멸한 세계, 그것도 심해의 연구소라는 설정은 이러한 특징들로 인해 더욱 부각된다.
이러한 고요함은 앞서 말했듯 게임이 던져주는 질문에 대해 숙고해볼 수 있게 도와준다.
마치 소크라테스의 산파법처럼, SOMA는 존재에 대하여 플레이어만의 철학을 완성시켜주기 위해 마련된 무대처럼 느껴진다.
물론 Amnesia 시리즈를 만든 게임사답게 공포성도 놓치지 않는다.
사실 '심해 속에 존재하는 무언가' 만큼 공포감을 쉽게 전달할만한 게 또 있을까?
과하지 않게, 적절한 BGM으로 분위기가 고조된 상태에서 등장하는 적들은, 심해 속 연구소라는 배경과 어우러져 공포감을 자아낸다.
그렇다고 이 게임이 공포 게임이라고는 할 수 없다. '심해 속 고립'이라는 키워드를 전달하기 위해 호러적 요소를 어느 정도 넣었을 뿐 Amnesia나 다른 공포 게임과 비교해보면 무섭다는 느낌을 별로 받지 못했다.
만약 호러적 요소가 강했다면 이 게임이 전달하는 주제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것이다.
괴물과의 조우 때문에 게임 속 메시지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 적어졌을 것이고, 호러 장르라는 부분에서의 게임성은 높아졌을지언정,
게임의 전체적 완성도를 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게임이기에 전달된 '동전 던지기 '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유일한 한국인인 마크 사랑은 자신의 뇌를 스캔한 직후 청산가리를 먹고 자살한다. 그는 '연속성'을 위해 자살한 걸로 나오는데, 연속성 이론은 다음과 같다.
뇌를 복제한 순간 그 사람의 자아 역시 복제된다. 원래 몸에 있던 자아는 뇌를 스캔당한 뒤 아무 느낌이 없을 것이고, 복제된 자아는 스캔이 끝난 뒤 갑자기 이상한 곳에서 눈을 뜨게 될 것이다.
초반 부분 사이먼이 뇌스캔을 한 뒤 심해로 이동한 것처럼.
문제는 이것이다. 뇌를 스캔했을 때 나의 자아는 몸에 남아있을 것인가 아님 데이터 속으로 이전할 것인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나'란 존재는 뇌스캔만 당한 희생물이 될 수도, 새로운 몸으로 이동한 성공작이 될 수도 있다.
내가 희생물이 되느냐 성공작이 되느냐는 순전히 '동전 던지기'에 불과한 도박에 불과하다.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동전 던지기의 패배자. 즉 뇌를 스캔당하고 아무 느낌이 없는 쪽이 즉시 자살하여 성공한 자아만 남겨두는 것이다.
이 논제는 일반적으로 이해하기엔 상당히 난해 한편으로 실제로 와닿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있는 이론이다. 그래서인지 소설이나 영화 등의 매체에선 등장한 적이 매우 적은 편인데, SOMA는 게임이 가지는 특징을 이용하여 이 난해한 이론을 와닿게 만들었다.
맨 처음 뇌를 스캔할 때, 강화 슈트로 자아를 복제할 때, 그리고 마지막 ARK에 탑승하기 전.
플레이어는 게임을 하며 총 3번의 동전 던지기를 경험한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시점 이동을 통해 동전 던지기의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게 되며,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연속성의 개념에 대해, 마크 사랑이 뇌를 스캔한 뒤 왜 자살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게임 스토리 전체에서 존재하는 4명의 사이먼 중, 한 명의 시점에서만 게임을 진행하는 건 좋았지만, 에필로그에서 ARK에 탑승한 사이먼의 시점을 보여준 건 완성도를 오히려 떨어뜨리지 않았나 싶다.
심해의 수압만큼 무거웠던 주제
사실 일찍이 '탈로스의 법칙' 이 이미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논제를 게임 속에 가져왔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꽤나 아쉬웠는데, 게임성만 놓고 보자면 포탈의 뒤를 이을만한 퍼즐게임의 재미도를 보여주었지만, 주제가 따로 놀아 철학이란 주제를 억지로 얹은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때문에 아직 철학과 게임의 융합은 시기 상조라고 생각했지만, SOMA는 동일한 주제를 이용해 문제점을 극복하고, 게임이 철학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하나의 무대가 될수있음을 보여주었다.
게임에 깊이를 부여하기 위해선 인문학과의 결합이 필수적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제대로 결합되지 못하며 겉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가장 결합하기 어려운 분야일 철학과의 결합을 성공적으로 해낸 SOMA.
너무나 깊어 끝이 존재하는지 의문이 드는 심해처럼, 게임이 가질 수 있는 깊이엔 한계가 없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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