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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잡담/Review 2022. 5. 8. 17:22
스포일러 있음
드라마의 본격적인 편입
마블의 영화 흐름이 가지는 공식은 어느 정도 체계화되어 있다.
각자의 단편에선 해당 히어로에 대한 서사를 집중적으로 하며, 캐릭터성을 구축해나간다.
어벤저스와 같은 팀업 작품에선 여러 히어로들을 대거 내보내는데, 앞서 보여준 단편들로 인해 각 캐릭터들에 대한 별도의 설명 없이도 이해가 편하며 서로 간의 시너지를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한 작품을 위해서 연결되는 다른 작품들을 봐야 한다는 점은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문제 되었던 부분이다.
다소 특수한 경우지만 엔드게임의 경우 인피니티 사가의 2편(엔드게임, 노 웨이 홈)을 제외한 무려 21편의 영화를 선행적으로 보아야 한다.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경우 이전과 연결된 영화는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뿐일 거라 생각했건만, 막상 영화를 보니 먼저 봐야 할 것은 따로 있었다.
드라마 '완다 비전'을 보지 않았다면 갑자기 두 아이가 생겼으며, 아이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하는 '완다'라는 캐릭터를 이해하기 무척 어렵다.
기존 마블 시네마틱과 확연히 다른 부분인데, 에이전트 오브 실드나 에이전트 카터와 같은 기존 마블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스핀 오프에 가까운 모습이었기에 딱히 보지 않아도 마블 시네마틱을 관람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완다 비전을 기점으로 드라마를 통해 주요 인물들의 서사를 표현하기 시작했고,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 완다에 대한 서사를 생략한 부분에서, 서사 방식은 캐릭터에 대한 설명은 드라마를 통해, 캐릭터들의 팀업은 영화를 통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하려는 마블의 시도가 엿보인다.
히어로물보단 스릴러
영화 초반부터 괴물의 눈을 뽑아버리는 부분에서 '이게 12세라고?'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꽤나 높은 수위의 연출들을 보여주는데, 전반적인 분위기 역시 히어로물이기보단. 완다라는 공포적 존재로부터 도망치는 스릴러에 가깝다.
절뚝이며 추격하는 완다의 모습이나 적절한 점프 스케어의 사용 등 스릴러로서의 연출은 꽤나 만족스러웠으며, 영화 전반에 깔린 긴장감은 높은 몰입감을 준다.
하지만 스릴러 위주의 연출로 인해 축소화된 액션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동안 스트레인지가 보여주는 액션은 미러 디멘션을 통해 공간을 조작하거나 화면을 가득 채우는 화려한 마법이다. 이는 스트레인지 고유의 캐릭터성과도 연결되며, 당연하게도 관람객들은 스트레인지가 등장했을 때 화려한 마법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작에선 호러적 연출을 위해서인지 스트레인지의 마법 역시 바늘이나 뱀과 같은 모습에 변경되었는데, 아무래도 기존의 스타일은 아니다 보니 기대와는 다소 엇나간 부분이 있다.
흐릿한 주제 의식
스트레인지와 완다라는 조합은 다소 뜬금없어 보였지만, 영화 속 대비되는 둘의 모습은 왜 이들을 붙였는지 단번에 이해시켜준다.
지구-616에서 정상적인 스트레인지는 다른 모든 멀티버스에서 뒤틀려있었으며,
모든 멀티버스에서 정상적인 완다는 지구-616에서 가장 뒤틀려있다.
다른 멀티버스의 자신을 바라보는 둘의 모습은 꽤나 좋은 소재였지만, 소재의 활용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스트레인지는 멀티버스들을 넘나들며, 선을 넘은 자신들의 결말을 마주한다.
멀티버스의 순례 끝에 스트레인지는 결코 넘어선 안되는 선에 대한 인지와, 항상 자신이 칼자루를 쥐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다.
하지만 영화의 말미에서 결국 다크홀드를 사용하는 스트레인지의 모습은, 순례의 끝에서 마저 결국 변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데, 이런 부분은 영화의 주제 의식을 다소 퇴색시킨다.
영화 속 완다에 대한 서사 역시 완다가 바라던 '가족애'에 대해 세밀한 서사를 전개했던 '완다비전'과 더욱 대비되어 아쉬움을 준다.
드라마 이후 성장한 완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으며, 영화 전개 내내 가족을 얻기 위해선 어떠한 행위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던 완다는 불과 3분 만에 반성하는 급작스러운 회개를 보여준다.
자신의 마법으로 가족을 대체하려던 도입부나, 만들어진 가족은 결국 도피처에 불과한 것을 깨닫는 자기반성 역시 완다비전에서 이미 보여준 방식이었기에. 영화에서 완다의 서사가 보여주는 깊이는 다소 아쉬울 수밖에 없다.
곱씹을수록 아쉬운
다른 히어로의 단편에 등장해도 어느 정도 볼거리를 보장하던 스트레인지였고, 1편 역시 만족스럽게 봤기에 많은 기대를 하였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평가는 아쉬움에 가깝다.
영화의 소재는 좋았고, 대략적인 플롯만 따졌을 때 서사 방식과 스릴러적인 연출 방식도 적절했다.
하지만 스트레인지의 마법은 만족스럽지 못했고, 스트레인지와 완다. 그리고 아메리카의 서사를 잇는 방식은 어설펐다.
샘 레이미 특유의 연출들은 그의 영화를 모두 보았다면 반가울 수 있겠지만, 별로 안 봤던 시점에선 촌스럽다고 느끼거나 이게 뭐지 싶은 내용이 많았다.
결국 곱씹을수록 장점은 명확하게 좋지만 단점 역시 여실히 드러나기에 단점들을 좀 수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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