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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Review] 더 헌트 (The Hunt, 2012)잡담/Review 2017. 3. 19. 15:45
2012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유럽 영화상 각본상 등을 수상하며 수작의 반열에 올라간 영화 '더 헌트'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잘못된 진리
한 어린아이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뉘앙스의 거짓말을 하고 그걸로 인해 유치원 교사였던 주인공이 늪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 영화의 자체가 팩션이며, 우리나라에서 10년 전 서정범 교수 사건이 있었던걸 생각하니 이 영화가 말도 안 되는 가상의 이야기가 아닌,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새삼 진지하게 봤다.
주인공 루카스는 이웃들과 매우 가까운 관계를 보이며 유치원 교사로서 아이들과도 매우 친하게 지내는 일상을 보내지만, 한 아이에 거짓말에 의해 모든 것이 뒤집어진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쉽게 믿는 진리들이 있기 마련이다. 영화 속에서도 언제나 옳은 듯이 보이는 한 진리가 영화 전반을 지배한다.
'어린아이는 거짓말을 하지않는다.' 라는것.
이 한가지 진리로 인해 마을 사람들은 가장 친했던 이웃의 의견은 듣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배척하고 사냥한다.
보는 내내 '왜 저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왜 곧이곧대로 믿지?', '루카스의 말은 하나도 안듣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답답함을 느낄 정도로 사람들은 루카스의 말을 아예 들으려 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폭력을 가한다.
사실 아이라고 거짓말을 안 할 리는 없다. 게다가 영화 내에선 아이의 순수한 증언이 아닌, 유도식 질문에 의해 원하는 답을 얻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거짓 '진실'에 마을 이웃들이 빠르게 동화되는 것은 적대적인 대상을 만들어 사냥하고 싶은 마음 때문은 아닐까 싶다.
다른 집단이나 대상을 적으로 만들 때 집단이 더욱 강하게 뭉치기 마련이니까.
사냥감의 저항
루카스는 이러한 오해들 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처를 한다.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는 만큼 조용히 모든 게 밝혀지길 기다리는 것이다. 정말 상식적으로 대처하는 루카스는, 영화 전체를 통틀어 딱 2번 폭발하며 폭력을 가한다.
마트에서 루카스는 물건을 구매할 수 없다며 폭력을 당하며 내쫓긴다. 손님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한 루카스는 자신이 담아뒀던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자신도 폭력을 가하며 끝내 물건을 구매한다. 루카스의 이러한 절실함은 단순히 물건이 구매하기 위해서가 아닌 잘못이 없는 사람으로서 부당한 대우에 대한 저항이 아닐까.
12월 25일,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라' 라는 말을 남긴 예수의 탄신일. 루카스 역시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한다. 교회에서 이 모든 일의 원인인 여자아이 클라라의 아버지이자 자신의 제일 친한 친구였던 테오와 눈을 마주치고 이후 어린이 성가대에 있는 클라라를 바라본 뒤 테오에게 다가가 성경을 던지며 자신의 눈을 보라며 외치는 모습은 이 끝나지 않는 부조리극에 대한 절규이며, 제일 친한 친구조차 자신을 외면한 것에 대한 분노의 절정이다.
사냥감에서 사냥꾼으로...
결말 부분에서 모든 오해가 풀리고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던 영화, 하지만 사냥을 나갔던 루카스 근처에 있던 나무에 탄환이 박히면서 새로운 의문을 남긴다. 과연 누가 쏘았을까? 처음에는 이런 의문을 갖지만 차차 '왜 쏘았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바뀐다.
모든 것이 풀린 지금, 왜 루카스를 향해 탄환을 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영화를 루카스의 입장이 아닌 마을 사람들의 입장으로 봐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아는 사람이 성범죄자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다르게 행동할지, 그 사람이 무죄로 풀려놨다고 그대로 믿을지 생각해 보았을 때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새롭게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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