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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c Moment] 우마무스메 - 챔피언스 미팅Game Review 2024. 1. 24. 00:34
Epic Moment
재미에 국한되지 않고 게임을 플레이하며 감명 깊었던 ‘순간’들최근 서브컬처 게임들은 점점 일일 플레이 시간을 줄여가는 데에 반해 우마무스메는 긴 플레이 타임을 꿋꿋이 유지한다.
반년 주기로 시나리오가 바뀌긴 하지만 사실상 똑같은 육성 작업을 2년 가까이 반복할 수 있게 하는 이유는 '챔피언스 미팅'의 존재이다.
영광의 관은 그대에게 빛나리
학창 시절을 다루는 일본 창작물을 보다 보면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토너먼트 대회가 종종 등장한다.
고교 야구 토너먼트인 고시엔은 대표적인 토너먼트 경기인데, 49개의 팀만이 진출하게 되지만 이를 위해 거의 3천여 개 이상의 학교가 예선에 참여한다.
일본에서 고시엔의 인기는 대단한데, 야구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엔 무조건적으로 등장하며. 대회의 시청률은 2,30%를 넘나든다.
이러한 고시엔의 매력은 거의 모든 고교 야구팀이 참여하는 규모성도 있지만, 전국에서 토너먼트를 통해 올라온 강팀들의 경기라는 점도 특별하다.
거진 모든 스포츠에서 도입하고 있는 토너먼트 제도는 엄밀히 따지면 공정한 경기 방식은 아니지만, 하는 입장에선 차례차례 이기며 단계적으로 오르는 단계적인 구조, 보는 입장에선 직관적이며 매치에 따른 다양한 경기 양상을 볼 수 있는. 다수의 팀이 참여하는 경기에 걸맞은 방식이다.
생각해 보면 pvp 콘텐츠가 있는 게임에 적용되면 무척 좋은 방식처럼 보이는데, 게임계에서 토너먼트제 대부분 E-스포츠에만 존재하며, 인게임에서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토너먼트 방식은 매력 있는 방식이지만. 제대로 진행되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한 번의 토너먼트가 수행되기 위해선 다수 인원이 같은 시간에 동시에 있어야 하며, 처음부터나 중간에 인원이 빠지면 부전승 처리가 되기 시작해 재미가 급감한다. 또한 8팀만 돼도 우승까지 3번의 매치가 필요한데, 한 번에 진행하기엔 다소 기나긴 시간을 요구한다.
이러한 조건들은 오프라인이나 신원이 확실한 경우 큰 문제가 되진 않지만. 게임의 특성상 유저들의 중도 이탈/미참석에 대한 대처가 어렵고, 많은 유저들은 오랜 템포의 플레이 타임을 선호하지 않기에 pvp 구조의 게임들은 ELO 기반의 등급전 방식을 선호한다.
반면 우마무스메의 챔피언스 미팅은 토너먼트의 형식을 따르되 토너먼트의 여러 단점들을 개선하여 색다른 토너먼트 방식을 만들어낸다.
먼저 3라운드로 진행되는 챔피언스 미팅은 단판에 끝나지 않는다.
결승 라운드를 제외한 1,2 라운드는 5경기 중 3경기를 이겨야 다음 라운드로 갈 수 있는데, 이 기회는 단 한 번이 아닌 무려 '8번'이 주어진다.
원래 토너먼트 방식은 단 한 번의 기회가 있기에 라운드별로 절반이 넘는 인원을 탈락시킨다.
하지만 챔피언스 미팅에선 이 8번의 기회로 절반을 훨씬 넘는 인원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게 되고, 육성을 소홀히 하지 않는 이상 결승 라운드 진출까지 노릴 수 있게 된다.
만약 너무 육성 시간이 어렵다면 아예 한 단계 낮은 B 그룹이나, 별도 리그인 그레이드 리그도 존재하기에.
무과금 유저나 새로이 진입한 유저도 어찌 되었든 결승전 자체는 갈 수 있다.
또한 각 라운드는 2일간 진행되는데. 반드시 지정된 시간이 아닌 원하는 시간에 매칭을 돌리면 되어 시간적 부담이 덜한 편이다.
이로 인해 결승의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물론 마지막 결승 라운드에선 한 번의 기회만이 주어지고 3명 중 단 1명만이 우승하게 된다.)
결승 라운드의 결과 화면에서 UI 또한 영리하게 만들어져 있다.
'3명 중 자신의 순위 / 같은 그룹에 매칭된 사람의 수'의 방식으로 순위가 표기되는데, 이는 마치 수많은 유저 중 자신이 최소 해당 등수를 한 것처럼 보여준다. (사실 뒤 순위의 의미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결승까지의 쉬운 접근, 시간 제약에서의 자유로움 그리고 만족감을 주는 순위 요소 등의 존재는 토너먼트의 매력은 유지하면서 단점은 상쇄한다.
다만 이러한 개선으로 챔피언스 미팅은 다수의 우승자가 존재하게 되니. 엄밀히 말하자면 토너먼트 방식이라곤 할순없다.
그렇기에 우승을 한다고 해도 진짜 토너먼트에서 우승했을 때의 느낌을 온전히 주기엔 약간 부족함이 있다.
우마무스메는 이러한 부족함은 위닝 라이브를 통해 해결한다.
경마에서 우승한 말이 관객을 위해 도는 위닝런. / 위닝런을 재해석한 위닝 라이브
처음 우마무스메를 할 때 이질감을 느끼는 순간은 레이스를 하고 난 뒤 뜬금없이 콘서트(위닝 라이브)를 하는 것을 보았을 때이다.
그간 게임을 하며 위닝 라이브를 보는 일은 처음 게임을 켰을 때. 처음 육성을 완료하였을 때 이외엔 딱히 없었는데. 경마와 아이돌 콘서트라는 다소 생소한 조합을 보고 있노라면 굳이 넣을 필요가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이러한 생각이 완전히 바뀐 건 1년 즈음 플레이했을 때였는데, 챔피언스 미팅 결과 이후 위닝 라이브를 보여주는 기능이 추가된 이후이다.
결승전에 참여한 우마무스메들의 순위를 차례대로 보여주며 시작되는 이 위닝 라이브는 연출이나 노래의 가사 등이 1위 한 우마무스메에게 맞춰져있다.
2위나 3위를 하게 된다면 백댄서와 같은 포지션이라 꽤나 마음 아프지만. 반대로 1위를 하게 되어 내가 키운 우마무스메가 센터에 서는 순간을 보게 되면 뿌듯함과 함께 '아 이래서 위닝 라이브가 존재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한다.
기존의 우마무스메도 그랬지만 경쟁 콘텐츠에서 최적의 보상은 재화가 아닌 업적이나 칭호와 같이 자랑할 수 있는 수단의 제공이다. 'Ms.VICTORIA'는 여기서 더 나아가 감성적인 만족도를 채워준다.
사실 우마무스메를 하며 게임을 이탈하려던 시기가 있었는데, 처음 챔피언스 미팅에서 우승한 직후로.(당시에는 Ms.VICTORIA가 없었다.)
이 게임에서 할 수 있는 최고 콘텐츠를 깬 거나 다름없고, 칭호를 받은 뒤 왠지 모를 허무함에 의욕이 약간 떨어졌었다.
이후 다시 챔피언스 미팅에서 우승하게 되었을 땐 위닝 라이브가 추가된 뒤였는데. 이전 우승한 직후 받은 칭호가 게임을 하는 이유의 달성에 가까웠다면 이때의 우승 직후 보게 된 위닝 라이브는 게임을 하는 이유의 발견에 가까운. 미묘하지만 지속적인 플레이 부분에선 다른 경험을 준다.
토너먼트 방식의 재해석
앞서 말했듯 토너먼트는 분명 괜찮은 경기 방식이지만 게임에 넣기엔 다소 꺼려질 수밖에 없는 방식이다.
게다가 토너먼트는 경기를 하는 사람에게 맞춰진 방식이라기보단 관객의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방식이기에, 관객이 필요 없는 게임에선 매력이 다소 반감된다.
생각해 보면 게임에선 관객이 중요시하는 요소는 필요가 없기에 우마무스메는 토너먼트를 과감히 재해석하여 경기를 하는 선수를 우선시하는 방식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탄생한 챔피언스 미팅은 토너먼트 방식의 기본 명제들(패배하면 그걸로 끝, 승자는 오직 1명뿐)을 모두 무시하는데.
이로 인해 다수의 선수들이 결승전을 경험하고. 우승의 기쁨을 누리도록 한다.
대회라면 다르겠지만 일반 게임에서 필요한 것은 토너먼트를 얼마나 잘 구현하느냐기보단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드느냐이다.
그런 점에서 챔피언스 미팅은 토너먼트에 대한 좋은 해석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