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학이 되가는 스킬에 대해
스킬 설명 창을 열었더니 옆에 스크롤이 존재하는 상황.
게임을 플레이하며 가장 머리 아파지는 순간이다.
대부분의 게임은 초창기엔 “적에게 물리 피해를 준다” 정도로 짧고 단순한 스킬을 보여주는데,
어느 순간쯤 되면 버프와 디버프는 물론이요 각종 추가 효과와, 상황별 변동 등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
문제는 이런 설명들이 쌓이다 보면 정작 스킬의 요점이 뭔지. 더 나아가 캐릭터의 컨셉이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번 읽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플 지경인데, 이를 이용하여 어떻게 운용할지를 생각하면 더 막막해진다.
스킬이 계속 추가되고, 캐릭터도 점점 늘어나면, 외워야 할 스킬만 수십 가지로 불어날 수 있다.
결국 '귀찮으니 그냥 대충 쓰자'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만다.
이런 현상은 비단 필자만 겪는 일은 아니다.
대다수의 게임에서 복잡한 캐릭터에 대하여 별도의 설명 영상이 올라오는데, 해당 영상들이 공식 영상만큼의 조회수를 얻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많은 유저가 '직접 이해하기 힘드니 요약본을 찾아보자'는 식으로 설명 영상을 따로 찾아서 시청한다는 의미다.
말 그대로, 스킬 설명을 일일이 읽는 행위가 재미가 아닌 일종의 귀찮음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신호다.
앞서 말했듯 대부분의 게임들이 처음부터 복잡한 스킬을 가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스킬이 복잡해지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게임은 초반에는 비교적 간단한 스킬들로 이루어진 캐릭터들로 구성된다.
하지만 게임이 지속될수록 새로운 스킬들을 가진 캐릭터를 꾸준히 출시해야 하고, 기존의 스킬들을 돌려쓰는 것도 어렵다 보니 점점 스킬들의 조건이 붙기 시작한다.
결국 초반의 캐릭터에 비해 이후 나오는 캐릭터일수록 스킬이 복잡해지곤 한다.
다른 이유는 점차 게임 시장이 크로스 플랫폼 환경으로 변화한다는 점이다.
최근 여러 게임은 크로스 플랫폼으로 출시하는 경향이 강한데, 모바일 플레이의 특성상 여러 스킬을 이용한 조작이 어렵다.
결국 게임의 디자인 구조상 3~4개의 스킬만 배치하게 되는데, 캐릭터의 특색을 단 4개의 스킬로 만들어야 하다 보니 스킬 하나에 사실상 몇 개의 스킬의 기능을 몰아넣게 된다.
스킬이 세세해지는 데 있어선 코어 유저들의 니즈 또한 존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을 깊게 즐기는 코어 유저들은 캐릭터들의 스킬들을 수치까지 이해하고 분석하여 플레이한다.
전략적인 플레이를 즐기는 유저는 각 스킬이 "어떻게 계산되는 건지 알고 싶다"라는 니즈가 강하며, 개발사는 니즈에 맞춰 세부적인 정보들을 집어넣는다.
점점 스킬이 복잡해지는 문제는 게임들 역시 어느 정도 인지를 하고 여러 방식을 이용하여 해결한다.
거의 모든 게임이 기본적으로 적용하는 사항으로, 기본적으로 중요한 부분에는 색상, 굵은 글씨 등으로 구분해 시선을 집중시킨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여기에 더해 게임의 고유 아이콘을 툴팁에 내장하여 문맥을 더 짧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소녀전선 2: 망명'에서는 한 스킬 내에서 다른 스킬이나 기능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해당 스킬을 링크형으로 대체한다.
'우마무스메'의 경우 다소 고전적인 방법을 사용하는데, 각 스킬의 설명이 수치가 아닌 서술형으로 되어 있으며 공식적으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지 않는다. (물론 이 경우 각 스킬의 세부적인 수치들은 언팩 등을 통해 알아내곤 한다.)
'붕괴 스타레일'의 경우 스킬 설명을 ‘간략 모드’와 ‘상세 모드’로 나누어 토글 하여 볼 수 있게 하는데, 사용자가 직접 선택해 볼 수 있다면, 불필요한 텍스트를 덜어내고 정확한 정보도 제공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단순히 수치만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문맥 전반을 압축하고 요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스킬 설명이 장황해진 건, 게임의 재미와 개성을 부여하기 위해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문제는 그 복잡함이 유저들에게 '재미'가 아니라 '귀찮음'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개발사가 모든 정보를 ‘친절히’ 알려주려는 마음이 오히려 과잉 친절이 되어, 이해를 방해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게임을 플레이함에 있어 복잡함을 좋아하는 사람도, 간단함을 원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이들이 공존하도록, 플레이어가 설명을 떄론 쉽게, 떄론 상세하게 알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길어져만 가는 스킬 설명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앞으로의 게임들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 아닐까.